사랑 앞에 위축되는 사람, 그리고 그걸 극복하기 위한 거짓말
연애 프로그램이 대세다. 바로 직전에도 "환승"이란 주제로 브런치 글을 썼었는데, 바로 이어지는 글도 연애 프로그램인것만 보아도 말 다한것 같다.
모종의 이유로 디즈니 플러스의 첫 리얼리티 연애 예능이자, CJ E&M이 기획한 올해의 세번째 연애 예능인 "핑크 라이"를 보게 되었다. 일단 연애 예능 흥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규칙"을 먼저 살펴보면, 출연자들은 각각 한가지 (혹은 그 이상의) 비밀을 가지고 핑크라이 하우스에 입주한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사연, 혹은 아픔 때문에 현실적 연애의 벽에서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마치 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처럼 가명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출연자들이 기수별로 반복해서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나는 솔로와 달리, 핑크라이는 출연자들의 "거짓말"을 유추할 수 있는 무언가를 이름에 숨겨두고 있다는 점 정도다. 솔직히 파급력 자체는 환승연애나 하트시그널보다 덜하지만, 비슷한 컨셉의 연애프로였던 "비밀남녀" 대비 어느정도 반응은 더 괜찮은듯. 그리고 OTT 오리지널 시리즈임에도, 매주 한 에피소드씩 공개되어서 제법 감질맛 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애초에 스포하거나 프로그램 평가를 하고자 브런치 글쓰기를 누르지 않았기에 설명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난 영화 평론가도, TV 논평가도 아니기에, 이제 6화까지 나온 예능을 섣불리 판단하고 싶진 않다. 그냥 이번 포스팅을 통해서는, "사랑, 혹은 무언가를 위한 거짓말은 맞는가"라는 주제를 다뤄보고 싶었다.
핑크라이에서 출연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마치 환승연애의 출연자들이 과거의 연인을 잊게 해줄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처럼, 이들은 자신의 비밀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아직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비밀이 온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들은 사회적인 시선 등 모든걸 극복하고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간절히 찾고있다.
이렇게 풀어서 쓰면 상당히 그럴듯하다. 사람 그 자체만 보고 사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아름다운 이야기 같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면 알겠지만, 이 설정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이미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걸 알고 익명으로 참가한 출연자들이, 과연 이성적 호감을 느끼면서도 그 "비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는 과거의 연인이 누군지 모른채 함께 살아가는 환승연애의 설정보다, 어찌보면 훨씬 더 긴장감 넘치고 자극적이다.
거짓말은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어 낸다. 사람의 삶은 단순한 숫자 계산과 달라서, 하나의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을 진실로 만들기 위한 거짓이 계속 탄생한다. 거짓과 진실은 반비례하는 관계가 아니지만, 거짓과 시간은 절대적으로 비례한다. 시간의 흐름은 거짓을 더욱 커지게 만든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무언가를 숨기다보면, 상대방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더욱 그 비밀을 꽁꽁 감추게 된다. 별 것 아니었던 거짓도, 커다란 파국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왔다.
핑크라이는 어찌보면 단순 "거짓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스릴러 연애 프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조건 아닌 사람을 봐달라"며 거짓을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경고를 던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과 함께 브런치를 마무리 해본다.
핑크라이 한번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