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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dsbyme Nov 06. 2022

환승 :: 우리가 꿈꾸는, 그리고 하지 못하는 것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해 우리는 환승을 찾지만, 쉽게 이전을 놓진 못한다.

환승[환:승] :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탐.


맞다, "환승"이란 단어가 가진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뜻은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걸 말한다. 나는 아직도 2010년 초반, 친구들과 가지던 술자리에 잠시간 들렀던 친구가 "환승요금 혜택"을 누리겠다며 30분만에 서둘러 자리를 떠났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이땐,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것만큼 환승의 뜻을 다채롭게 사용하진 않았다. 


친구가 교통비를 아끼겠다며 자리를 급히 떠나고 난 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환승"이란 단어 역시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뜻을 가지기 시작했다. 보진 않았어도 최소 그 존재만큼은 안다는 "환승연애"라는 예능부터, 직장인들의 꿈과 같다는 "환승이직"까지. 우리는 단순 교통 시스템을 넘어, 환승이란 단어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꿈과 현실, 그리고 익숙함과 새로움


나를 비롯한 많은 직장인들은 "환승이직"을 꿈꾼다. 기존 다니던 직장에서 새로운 직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직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교통의 환승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수도권 기준 대중교통의 환승은 하차 시간 후 30분 이내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적용된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꿈꾸는 환승이직은, 30분 그 이상의 시간적 여유를 가질 때 오롯이 완성된다.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대체로, 현 직장에서 다음 직장과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고 최소 1~2달의 휴식기를 가진 뒤 첫 출근하길 꿈꾼다. 그냥 간단히 풀어말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1~2달 편히 쉬다가 새로운 직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길 바란다는 말이다.


말로만 풀어서 설명하면 사실 굉장히 쉬워보인다.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일단 현 직장을 다니며 가능성 있는 회사들과 꾸준히 면접을 보아야한다. 면접이 잘 풀린다면 "연봉인상"이라는 가장 중요한 주제를 두고 협상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모든 협상이 잘 마무리된다면, 입사 시기를 두고 또 마지막 조율을 거쳐야한다. 단순히 30분 안에 갈아타기만 하면 되는 대중교통과는, 확실히 거쳐야하는 프로세스가 많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환승을 하지만, 이런 복잡한(?) 프로세스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은 환승이직을 꿈꾸기만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몇년간 익숙해진 업무를 뒤로한채 새로운 무언가를 마주한다는건 어려운 일이다. 특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직장인 뿐만 아니라, 취준생, 대학생들도 비슷한 고민을 일상에서 마주하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네의 고민을 가장 적절하게 자극하며 화제성을 가져온게 티빙의 오리지날 시리즈, "환승연애"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실적 감정을 파스텔 톤으로 풀어낸 예능


인류는 탄생한 그 이후부터 미술을 사랑해왔다. 똑같은 풍경일지라도, 예술가가 새로운 감정과 색감으로 풀어낸 예술작품에 더 큰 의미를 두곤 했다. 그리고 나는, 환승연애라는 예능이 일반인의 고민을 좀 더 새롭게 풀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서 서술한 "환승이직의 딜레마"처럼, 우리는 현실이 주는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 미션처럼 주는 일상을 살아가는데 치여서, 그 익숙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환승연애는 이러한 일반인들에겐 꿈과 같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환승할 수 있는 기회"를 관찰자 입장에서 보게 해준다.


한눈에 보아도 선남선녀인 출연자들이 때론 과거에 얽매이다가도, 새로운 인연에 흔들리고 관계가 정립되는 모습을 우린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중간중간 인터뷰를 통해 고백하는 심리를 통해, 시청자들은 알 수 없는 공감과 분노, 그리고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난 이 이유가 너무나도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환승연애의 출연자들과 완전 똑같은 연애를 하지도, 그들과 똑같은 직업이나 환경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과거를 미화하고, 현재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며, "환승"이라는 꿈같은 단어를 통해 미래를 개척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대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어마무시한 화제성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환승연애가 너무 자극적이고,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맞다. 헤어진 몇쌍의 연인을 한 공간에 몰아두고, 감정 소모를 하게 만든다는건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새로운 방식의 검투장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괜시리 이 프로그램이 단순 "연애"라는 감정 뿐만 아닌, 삶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대변하고있지 않나-라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해보았다.


마치며...


현실에 100%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개인적으론, 나는 오늘의 나보단 내일의 내가 더욱 나은 사람이길 소망하며 잠자리에 들곤 한다. 


이런 현실을 대하는 사람들의 작은 소망이,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로 이어진게 아닐까-싶다. 과거의 연인을 마주하며 다시금 잘되기도하고 새로운 인연을 찾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당장 내일의 출근을 떠올리기도 하고 잊고있던 꿈을 찾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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