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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dsbyme Oct 23. 2022

후회와 돌아보는건 다르지 않을까?

우린 앞만보고 가는것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게 아닐까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그러면 앞날이 보장되어있어!"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 아이돌 그룹의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면,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는 희망찬(?) 가사였는데, 아직까지 멜로디까지 기억나는걸 보면 그 당시엔 이런 공격적인 가사들이 내 뇌리에 나름 깊게 박혔던것 같다.


이 노래가 뇌리에 깊게 박혀서일까, 나는 정말 앞만 보고 내 10대와 20대를 보냈던것 같다. 당장 내가 직면한 과제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고, 그래서 매 순간이 절박하고 간절했다. 마치 스페인의 투우 경기장의 소처럼, 나는 내가 정한 빨간 천을 향해 돌진하며 살아왔다.

정말 앞만 보고 살았던 나는 스페인의 투우 경기장 소와 닮은듯 했다.

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앞만 보고 살아와서 나는 생각보다 많은 성과를 거뒀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뒤돌아보며 새로운 가치를 찾았던 세바시, 유퀴즈의 게스트들과 달리, 나는 오히려 앞만 보고 달린 덕에 이뤄낸 것들이 더 많은것 같다. 


한푼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커피 한잔으로 밤새 공부하고 취업 준비를 했던 경험은 분명히 지금까지도 내가 성장하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누적된 독기(?)는 상사에게 털리고, 유관부서에게 무시 당하는 고난을 극복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나는 분명 이런 내 모습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나는 내가 투우 경기장의 소와 다를바 없는게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하나 다른점은, 소가 죽어야 끝나는 투우 경기와 달리 난 여전히 사회의 구성원이란 점 뿐. 성공, 승진, 월급이란 새빨간 천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은 별반 다를바 없이 느껴졌다.


우린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마치 투우 경기장의 소처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게 진짜 있긴 하다"


개인적으로 "힐링"이라는 테마의 자기계발 서적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괜히 힘든 사람들의 아픈 부분을 헤집으며 책을 파는 느낌이 강하다는 나름의 이유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들의 책 제목이나 워딩에는 나름 심오한 철학이 담겨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게"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 ~~를 할걸" 하는 후회와는 다르다. 그냥, 빨간 천을 보고 돌진하던 현실에서 살짝 멀어지면, 확실히 보이는 것들이 존재한다. 내가 잘한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살짝 아쉬웠던 부분도 뒤따라서 인지된다. 


생각해보면 20대, 30대 직장인으로서, 이 거칠고 변화 가득한 사회에서 생존해 있다는것만으로도 칭찬 받을만한 요소가 너무 많다. 투우 소들은 칼에 찔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유흥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투우 경기장에 있는 소라고 판단했을 뿐, 개개인마다 다른 성취를 거두며 경쟁과 모략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생존한 "성공적인 인간"이다.


아이러니한건 우리가 잠시 사회적 경쟁과 생각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의 성과들은 절대 인지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기계발 서적스러운 멘트를 좋아하진 않지만, 오늘 브런치 포스팅에서 만큼은 한번쯤 말해보고싶다.


"주말, 그리고 월요일에도 브런치를 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충분히 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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