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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dsbyme Oct 22. 2022

모아나, 그리고 디즈니 공주들의 MBTI

디즈니는 시대를 역행하는가, 순응하는가

거의 두달 넘게 브런치에 소홀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는 꾸준히 해왔으니... 이건 게을렀고 소홀했던게 맞다. 


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봐준다고, 또 나름 텀이 길었다고 나름 브런치 주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그 주제를 지금까지 써온 글과 어울리지 않게 "디즈니 공주님들"로 정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다만,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디즈니의 "모아나(Moana, 2016)"을 이제야 각잡고 봐서다.

2016년 개봉한 디즈니의 "모아나"

고정관념을 깬 공주, 모아나


일요일 오전, 우리의 아침을 깨워주던 디즈니 만화는 말 그대로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과 같은 존재였다. 마법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알라딘과 쟈스민, 그리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세상 행복해보이는 티몬과 품바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날 이유이자 즐거움이었다.


머리가 커져도 마찬가지었다. 머릿속에서 라이온킹이 스물스물 사라질때 즈음 디즈니는 토이스토리를 내놓았고, 우즈와 버즈가 희미해질때 엘사와 안나를 소개해줬다. 그만큼 디즈니는 지금의 2030세대에겐 동심에 대한 추억이자 세상을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였다.

일요일 아침 8시 어린이들은 깨워주던 디즈니 만화동산

안나와 엘사가 각기 다른 반대의 매력으로 영화판을 휩쓸고(?) 간 뒤, 나는 한동안 디즈니 영화와 거리를 두고 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로 위로받기엔 너무 퍽퍽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왔던것 같다. 겨울왕국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2014년 이후, 나는 취준과 적응기, 그리고 이직이란 현실적 문제와 마주하며 동심의 세계를 애써 외면해왔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 나는 퇴근 후 2016년 개봉한 디즈니의 "모아나"를 보았다. 그리고 2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의 이 애니매이션을 보고, 나는 "내가 변한만큼 디즈니도 변했구나"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2014년 개봉작 겨울왕국 이후, 나는 디즈니 영화에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사실 겨울왕국부터 디즈니의 변화의 방향성은 어느정도 윤곽이 잡혀있었다. 겨울왕국의 엘사는 그동안 "왕자님을 만나 변화하던 공주님"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개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엘사가 영화 속에서 부른 "Let it go"는 단순 영화 속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던 틀을 깨부수는 주요한 요소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2년 후 개봉한 "모아나"는 이러한 디즈니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동안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대륙에 포커스를 맞춰왔던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와 달리, 모아나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을 모티브로 한듯한 배경에서 시작된다.


모아나는 다른 공주들과 달리 화려한 성이 아닌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대신 마우이족 전통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는 주변 인물에게 핍박을 받기보단,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도전하고 결과를 만들어낸다. 

모아나, 그리고 디즈니 프린세스의 MBTI


스포가 될 수 있어 애매모호하게 줄거리를 설명했지만, 모아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디즈니 공주들에 대한 편견을 와장창 부수었다. 한참을 모아나가 준 여운에 사로잡혀있다가, 나는 문득 디즈니 공주들의 MBTI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편견, 혹은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팬들이 추측한 최근의 디즈니 프린세스들은 E(외향적) 성향이 많다. 모아나, 안나, 티아나 등 비교적 최근(?) 등장한 공주들은 엘사를 제외하곤 모두 E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


반대로 백설공주, 뮬란, 벨, 심지어 포카혼타스까지 과거의 공주들은 인어공주 애리얼을 제외하곤 대부분 I 성향이다. MBTI가 E와 I를 넘어선 더 복합적인 테스트라는건 알지만, 단편적으로만 보았을때 디즈니가 그동안 어떤 관점으로 공주 캐릭터를 만들어왔는지 추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평면적인 캐릭터는 제작자가 부여하는 성격에 맞추어 입체적으로 변한다. 그간 디즈니는 다소 내향적인 성향의 공주들을 창조해오다가, 어느순간부터 보다 외향적인 성향의 공주들을 만들며 밸런스를 맞추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이 중 가장 큰 인기를 끈 성공적인 캐릭터인 엘사가 내향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적극적으로 변한 디즈니, 그리고 흑인 인어공주


디즈니는 모아나, 라푼젤 등 새로운 성격의 공주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작년부터 끊임없이 화제가 되고있는 인어공주의 실사판 "The Little Mermaid"의 주인공을 흑인 여배우로 낙점하며 더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외 여론은 최악이다. 개봉 후 꾸준히 인기를 모아온 애니메이션의 인어공주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른게 가장 큰 이유이고, 그간 다양성(Diversity)라는 명분 아래 디즈니가 너무 많은 캐릭터들을 변질시켜왔다는 비판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알던 애리얼(Aeriel)과는 너무나도 다른 인어공주의 모습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디즈니가 뚝심있게 인어공주 실사판을 밀어붙이는덴, 어느정도 확신이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내년 5월 즈음에나 개봉할 영화가, 캐스팅 하나로 1년 넘게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개봉도 하기 전의 영화가 이렇게 꾸준한 화제성을 가져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이 화제성이 지속되며, 일각에선 "인어공주가 백인이어야한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어찌보면 뚝심있게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디즈니에겐, 이런 오랜 화제성과 관심이 득이 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의식의 흐름, 그리고 마무리


간만에 디즈니 영화 한편을 보고 딱히 논리적이지 않은 글을 주욱 써내려가다보니 내년 개봉할 영화까지 언급했다. 이게 영화, 특히 디즈니 컨텐츠들이 가진 연속성과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또 잠시간 해보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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