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강 스토리를 이어가기 전, 브런치 워밍업-
그리스 신혼여행기 이후, 한동안 블로그 관리에 소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써왔던 글 덕분에 방문자 수는 어느 정도 유지되었지만, 신규 포스팅이 없어지니 방문자가 급격히 줄어들더라. 그래서 지난달부터 이런저런 포스팅을 하며 다시 블로그를 활성화시키려 노력 중이다. 다행히 최근 방문자 수를 보면 다시 회복되는 것 같아서 조금 뿌듯하다.
요즘 포스팅은 블로그 초창기와 달리, 다소 주제가 중구난방이라 약간 고민도 했지만, 이 역시도 내 삶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며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록을 통해 나의 흔적을 남겨두는 거지.
소일거리처럼.몸이 움직이는 한 무엇이라도 해서 내 행위를 남겨두려고 해요.”
최근 미술계를 탐방하며 알게 된 박서보 작가는 평생 자신의 일상을 세밀히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작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자신의 모든 행위를 기록으로 남겼다. 흥미롭게도, 그는 예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방법을 가지고 인스타그램, 인터뷰,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기록을 남기려면 주변을 살피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박서보 작가는 수십 년간 반복된 성찰을 통해 자신을 닫기보다는, 소통을 통해 신념을 전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나는 화자(話者)보다는 청자(聽者)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렇기에 내 속에 있는 생각과 말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기록을 통해 언젠가는 나도 새로운 소통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일을 시작하고 근 10년간 쉼없이 달려왔다. 잠시 쉬는 건 사치라 생각하고, 월마다 내 통장을 스쳐지나가는 숫자를 높히는데 집착했다. 자그마한 내 능력을 고려하면, 이건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느순간, 목표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행복하지 않다, 힘들다-같은 감정적인 무언가보단, 정말 내가 일을 해야하는 목적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 내 삶의 대부분이던 "일"의 목적성이 사라지고 새로운 내 삶의 동력인 "가족"과 "일상"의 비중이 커지니 번아웃 비슷한 혼란이 오는것 같다.
애플워치를 선물받고, 지난 4년간 정말 매일 같이 스스로의 목적을 설정하고 달성하려 애썼다. 걸음수, 운동량, 일어서기 등, 내 건강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구태여 몸을 움직여 일상 속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외국어가 경쟁력이란 생각에, 4년 넘게 출퇴근길 짬을 내어 공부를 했다.
유튜브나 자기계발서에 나올법한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어느날 아침 이 모든게 나를 옥죄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애플워치를 벗어두고, 매일 억지로 이어가던 공부를 잠시 내려뒀다. 손목은 허전하고, 스스로와의 약속에서 멀어진 느낌도 있었지만 잠시간이었다. 당분간은 이러한 해방감을 느끼고, 다시금 새로운 미션을 시작해보겠다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