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조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규연 Jun 12. 2023

팔짱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나에게 팔짱을 꼈다. 사실 나는 누군가와 팔짱을 낄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제일 먼저 드는 감정은 부러움인데, 누군가에게 먼저 팔짱을 끼는 친구들은 대부분 사교성도 좋고 살가운 편이다. 그들에게는 누군가와 팔짱을 끼는 행위 자체가 전혀 어렵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도, 무뚝뚝한 어른들에게도, 활발한 친구들에게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냥 어느샌가 보면 슥 팔짱을 끼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는 팔짱을 끼기보다는 팔짱 낀 두 사람을 뒤에서 지켜본 적이 많은데, 대부분은 먼저 팔짱 낀 친구들이 상대에게 몸을 가까이 붙이며 재잘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아무리 상대방이 무뚝뚝한 캐릭터일지라도 재미 포인트를 빠르게 발견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잘만 만든다.  나는 팔짱에서도 나타난 그들의 붙임성을 부러워했다.



나에게 팔짱을 끼는 행위는 일종의 '친밀도 테스트'같은 거다. 솔직히 나는 팔짱이 불편하다. 내가 먼저 팔짱을 끼면 내 팔이 상대의 팔뚝이나 가슴에 닿을 때가 있다. 난 그 감촉이 어색하고 민망하게 느껴져서 먼저 팔짱을 끼지 않는다. 상대가 나에게 팔짱을 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는 내 팔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잡고 있는데, 나는 내 팔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모르겠다. '내 팔도 같이 안쪽으로 감아줘야 하나? 아님 얘 팔 한쪽을 잡아야 하나?' 마음속으로 고민하다가 뻣뻣하게 팔을 일자로 뻗고 있게 된다. 그럼 나의 불편함을 인지한 듯한 상대가 금세 팔짱을 풀곤 했다. 그럴 때, 나는 상대에게 내 불편함을 표현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내 신체가 자유로워진 것에 대해 해방감을 더욱 크게 느꼈다. 



상대의 팔짱이 생각보다 편안할 때도 있다. 심지어 감각적으로는 불편함을 인지하면서도 내가 먼저 팔짱을 끼고 싶을 때도 있다. 

축하합니다! 그것은 나와의 친밀도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팔짱을 어색해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볼 때, 내가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이렇게 팔짱을 끼는 행위가 나에게는 친밀감을 확인하는 행위다 보니  나에게 먼저 팔짱을 끼는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남들은 이렇게나 복잡하고 진지하게 팔짱에 대해서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를 싫어하진 않으니 팔짱을 끼겠지 생각한다. 편하게 팔짱 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2023.03.23)

매거진의 이전글 느린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