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출산 후기
출산 후 마취가 풀리니 배가 너무 아파왔다. 발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통증이 느껴졌다. 너무 아파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쌍둥이 출산의 경우 단태아보다 자궁이 1.5배 정도 더 늘어났다 수축하기에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맞다. 출산 전 내 배는 아주 큰 수박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올랐었다. 바로 코앞에 있는 화장실도 배를 손으로 받치고 가야 할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었다.
쌍둥이 산모의 배는 7개월 때 이미 단태아 산모의 만삭 배 크기였고, 33주가 넘어가니 무서울 정도로 하루하루 배가 빠르게 부풀어 올라왔었다.
너무 아파 진통제를 넣어달라고 간호사에게 요청했다. 간호사는 진통제를 넣어주면서 부지런히 걸어야 회복이 빠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부지런히 걸어야 회복이 빠르다는 말이 맞는 말이지만 앉기도 힘든 내게는 그 말조차도 야속하게 들렸다.
소변줄도 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조만간 걸어서 화장실까지는 가야 했다. 다행히 산모 입원실에서 내 침대는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빨리 걸어야 회복이 빠르다는 간호사의 말에 진통제 약효가 발휘되자마자 나는 남편에게 화장실에 갈 테니 부축해달라고 했다.
남편에게 우선 침대 머리를 올려달라고 했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앉으려고 하니 앉는 동작 하나에도 적지 않는 힘이 배에 들어갔다. 침대 머리를 위쪽을 올려 가까스로 앉기는 했는데 이제 다리를 침대 밖으로 내놓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 한 짝 한 짝 최대한 조심히 손으로 들어 침대 밖으로 내놓았다. 동작 하나하나에 힘이 적잖이 들어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발바닥으로 병실 바닥에 몸 전체를 지탱해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질 정도로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남편 어깨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다시피 화장실로 옮겨졌다. 내가 가고자 하는 의지보다 남편이 나를 끌고 가는 힘이 더 크게 느껴졌기에 옮겨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힘들게 화장실에 다녀온 후 침대에 앉아 산모실에 있는 다른 산모들을 둘러보았다. 나와 같이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들은 대부분 누워있었다. 하지만 자연 분만한 산모들은 출산 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혼자서 걸어 화장실을 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빨랐다.
출산 후 아픔은 화장실 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출산 후 하루가 지나니 모유가 돌기 시작했다. 아직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모유가 돌기 시작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결국 가슴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고 온몸이 으슬으슬하며 욱신거렸다. 가슴이 불에 달궈진 돌처럼 뜨겁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젖몸살이 온 것이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모유를 빼내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비치된 유축기를 사용해도 되지만 소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신생아에게는 먹일 수 없다고 했다. 초유가 중요함을 알고 있던 나는 한 방울이라도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어 출산 후 부어오른 손으로 유축할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 마디마디 벌어진 손으로 유축을 하니 손마디가 욱신 거렸다.
초유를 손으로 유축해 빼내도 가슴은 여전히 단단했고 열 또한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다. 간호사는 양배추를 가슴에 얹으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이대로는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아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워 양배추를 사다 달라고 했다. 늦은 밤 남편은 병원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양배추를 사 왔다. 정말 신기한 것은 가슴에 양배추를 얹으니 가슴의 열이 양배추에 흡수되는 것 같았다. 점점 가슴에서 느껴졌던 열감이 사라져 그날 밤 잠을 잘 수 있었다.
입원하고 있는 동안 수유 시간이 되면 간호사들은 산모 병실로 쌍둥이들을 데려다주었다. 간호사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내가 누워서도 모유수유를 할 수 있도록 쌍둥이들을 내 양옆에 각각 눕히고는 쌍둥이들이 젖을 물 수 있도록 속싸개로 자세를 잡아 주웠다.
출산 후 내가 느낀 몸의 변화는 신기했다. 출산을 하고 나면 산모의 관절 하나하나가 다 벌어진다고 들었었다. 제왕절개를 한 나는 출산할 때 힘 하나 주지 않고 출산을 했다. 출산 후 내 몸은 자연분만을 한 산모들과 마찬가지로 손가락 마디마디가 벌어졌고 부었다. 출산할 때 힘을 줘서 몸의 관절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로 손가락 마디마디가 벌어지고 붓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제왕절개 후 앉아 있으면 배가 너무 당기고 아파 1분도 그냥 앉아 있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수유하느라 젖을 물리고 앉아 있으면 아이들이 젖을 다 먹을 때까지 배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꼭 가슴과 자궁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입원실에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통증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산모에 비해 나는 회복 속도가 느렸다. 보통의 산모는 출산 후 3일이 지나면 퇴원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3일이 지나도 허리를 제대로 펴고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5일 동안 입원 후 배를 부여잡고 거의 기다시피 해서 조리원에 들어갔다.
아이들이 목을 직접 가눌 때부터는 모유수유를 동시에 했다. 꼭 강아지들이 엄마 개의 젖을 찾아 먹고 가는 모습 같았다. 쌍둥이들을 동시에 모유 수유하니 수유 시간도 단축되고 젖병도 씻을 필요가 없으니 모유수유가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모유를 잘 먹어도 가끔씩 젖몸살은 왔다. 젖몸살이 올 때면 유축기로 최대한 모유를 짜내 젖병에 담아두고 아이들이 배고파할 때마다 젖병을 물렸다. 유축기로 빼내도 젖몸살이 가라앉지 않으면 약국에서 모유수유에 지장을 주지 않는 약을 사서 먹었다. 약을 먹으면 젖몸살이 살아지고 가슴이 부드러워져 수유하기가 수월해졌다.
나는 쌍둥이들이 돌 때까지 모유수유를 했다. 막상 모유수유를 끝내고 보니 그동안 쌍둥이들과 내가 한 몸처럼 지냈었구나 싶었다. 모유수유를 하지 않으니 아이들을 품에 안고 있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몸은 편해졌지만 왠지 아이들과 이렇게 분리되는 건가 싶어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주변에 이미 출산한 경험자도 있었지만 모유수유가 쉽지 않음을 누구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아마 어차피 힘들 일이기에 미리 알려줘서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힘들다고 안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에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와 같이 전혀 모른 상태로 출산을 맞이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미리 알고 출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쌍둥이 제왕절개 출산 후기를 남겨 보았다.
쌍둥이 출산은 대형병원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많으니 해당 병원에 유축기가 비치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일반 산부인과에서는 소독된 유축기가 비치되어 있지만 대형병원에서는 워낙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서 그런지 그 당시 유축기까지는 소독관리가 되어 있지 않았었다.
유축기가 비치되어 있다면 소독이 잘 되어 있어 신생아에게 유축 후 먹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유축기가 없다면 유축기를 구매해 미리 소독해 놓고 출산 시 가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젖몸살은 출산 후 하루가 지나면 바로 오기 때문에 양배추도 미리 준비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양배추 진짜 효과 있다. 참고로 젖몸살 없이 그냥 지나가는 산모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