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디자인학부 공예학과의 장단점
이 글에서는 공예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내가 처음 공예라는 것을 접하게 된 것은 대학생 때이다. 그리고 대학교의 이야기를 하기 전, 재수의 시절을 빼놓을 수 없다.
현역 때는 성적에 맞춰서 가구 디자인, 환경 디자인, 공간 디자인 학과를 지원했다가 모두 떨어졌다. 이 중에서는 가구 디자인학과를 가장 가고 싶었지만 학교가 난생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도 떨어졌으니 현실을 제대로 직면하게 되었다. 현실감각 없던 고3 시절, 이 많은 대학교 중에 내가 갈 대학교가 한 곳이라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없었고 정신을 차리고 재수를 도전하게 되었다. 사실 재수를 할 생각이 없었고 전문학교를 가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왜 사람들이 4수를 해서라도 서울대를 가려고 할까..’
라는 여운의 말을 남기셨다.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단 한 번도 공부하라고 강요하신 적이 없다. 근데 그때 진지하게 엄마의 말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할까? 그때 들었던 생각은 좋은 대학에 가면 그만큼 노력해서 온 사람들이 왔기에 내 주변 사람들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주변 사람의 수준이 달라지면 나에게 더 좋은 기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럼 한번 열심히 재수를 해서 대학을 준비해 보자 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난 학교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 집안이 다들 명문대 출신이었다. 내가 대학을 못 간다면, 우리 집에 먹칠을 하는 게 아닐까 라는 갑자기 책임감이 들었다. 3 자매 중 막내로 인생을 아주 자유롭게 산 사람인지라 부끄럽게도 이런 가족의 체면을 생각해 본 게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지지해 주시고 묵묵하게 기도해 주셨는데, 그게 아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번 열심히 공부하고 입시를 해보자 결단하며 재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살. 인생을 처음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한 김에 처음 입시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 만드는 학과를 꼭 가보자. 하고 학교가 아닌 학과를 목표로 입시를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내 성적으로 중앙대를 못 갈 것 같다고 말리셨지만 진지하게 가고 싶다고 열심히 할 테니 제발 쓰게 해달라고 원장님을 설득해서 준비했다. 그때는 알 수 없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중앙대 공예과를 가겠다!
그렇게 대학에 가서 “한번 원 없이 만들어 보자!”라는 마음으로 입시를 열심히 해서 내 성적으로는 갈 수 없는 중앙대학교 디자인학부를 입학했다.
공예(工藝, handicraft, handmade)란?
실용성과 미(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생활 주변에서 주로 쓰이며, 재료·의장(意匠)·기교 등에 의해서 미적 효과를 가진 도구와 기타 물품 등을 만드는 것을 총칭한다.
중앙대학교 공예과에는 4가지 세부 전공이 있다. 섬유 도자 목공 금속. 1학년 때는 디자인 학부로 들어와서 시각, 산업, 공예의 전반적인 것과 기본적인 디자인 사고 & 역사에 대해서 공부한다.
2학년 때 4가지 공예의 종류를 배우고 3학년 때 심화 전공 2가지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재료에 대한 공부를 한다.
사실 학생들에게 제일 인기가 많은 학과는 시각 디자인학과이다. 이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일 크고 취업도 제일 잘 되기 때문이다. 2학년이 되었을 때, 1 지망, 2 지망, 3 지망을 적어서 성적순으로 자른다. 대부분 학점이 좋은 친구들은 시각디자인 학과를 지원했다. 그리고 나도 나름 학점이 괜찮았지만 공예과를 1 지망으로 적었다.
Dream comes true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듯이 중앙대같이 여러 가지 재료를 배우는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4가지 재료를 배우면 다양한 재료를 써보면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주제와 잘 맞는 재료가 무엇인지 탐색해 볼 수 있고,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재료를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예시로는 처음 1학년 때 나는 목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목수인 할아버지를 둔 덕분인지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멋져 보였다. 그러나 실제 목공 수업을 듣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나무를 자르고 손질하기에는 내 몸집의 10배만 한 기계를 다뤄야 하고 실제 자격증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기계들도 있다. 그래서 나 혼자 자유롭게 작업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교수님이나 선배의 도움이 필수였다. 그리고 엄청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물론 다른 재료들도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 1mm만 잘못 자르면 수평이 맞지 않아 다시 잘라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나는 목공을 배우면서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다. 상상으로만 좋았던 것이 실제 나랑 잘 맞을 수도 있고 상상해던 것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는 경험하기 전에는 모른다.
나는 나의 인생에서 목공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했다. 이게 바로 4가지 재료를 배워 자신에게 맞는 재료와 맞지 않는 재료를 찾을 수 있는 장점이라면, 단점은 한 가지 재료를 깊이 다루기에 2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금속학과 도예학과, 섬유디자인 학과는 4년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유, 도자 전공을 했지만 다른 학교에 비해 더 깊이 경험해보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비교는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편입해서 다른 학교에 갈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예과의 장점과 나의 장점을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재료를 써봤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 재료를 활용하는 범위 자체가 다르게 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섬유가 잘 맞는지 몰랐다. 큰 관심이 없었고 정보 자체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4가지 재료를 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나에게 섬유가 잘 맞고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 것이다.
본인이 확신하는 재료가 없다면 4가지를 경험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재료를 찾기에는 아주 적합한 학과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데 4년을 배우는 것보다 맞는 재료를 찾는 과정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시간을 더 아꼈다고 생각했다.
섬유는 수많이 다양한 컬러를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나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열처리를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염료의 농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목공과는 다른 결(grain)로 아주 섬세한 재료이다. 다채로운 컬러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방향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