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어의 일본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인 기온 역에 서 있었다. 사진에서와 같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마치 강남역 같았다.
잠시후,
마유미 - 혹시, 스노어 친구예요?
나 - 네. 안녕하세요.
마유미 - 이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마유미 - 우리가 채식 식당 예약해놨어요.
나 - 정말요? 너무 고마워요. 마유미와 남편도 채식하세요?
남편 - 아니요, 우리는 아니에요.
나 - 아, 그럼 저 때문에… 고마워요.
그들을 나를 마츠온토코로 데리고 갔다.
나 - 놀라지 마라. 나 어제 여기서 저녁 먹었다.
마유미 - 어! 정말? (약간 실망한 표정) 그럼 다른 데 갈까?
나 - 아니야, 아니야. 나 여기 또 오려고 했었어. 어제 나는 파스타를 먹었거든. 그런데 여기 햄버거가 유명하다기에 다시 와서 먹어보려고 했었어. 그런데 너희랑 같이 오게 돼서 더 좋다.
마유미 - 나도 인터넷 보니까 햄버거가 맛있어 보이더라.
나 - 그리고 어제 우연히 봤는데 여기 오가닉 맥주가 있더라. 그것도 마셔보고 싶어.
테이블 위에 있는 마유미의 전화기를 보며 내가 물었다.
나 - 마유미, 너 아이폰 얼마 주고 샀어?
마유미 - 0원
나 - 정말?
마유미 - 하지만, 통신사를 바꿔야 하고 2년 약정이 조건이야.
나 - 검색하다가 우연히 일본에서 아이폰6를 0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봤는데 믿을 수가 없었어.
마유미 - 한국은?
나 - 우리도 그런 정책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보조금을 없애버리는 새로운 법이 생겼어.
마유미 - 그럼 한국에서는 아이폰 얼마 정도 해?
나 - 6플러스는 8만 엔(80~90만 원) 정도
마유미 -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어?
나 - 그 법을 만든 게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이야.
마유미 - 하긴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지.
나 - 아베처럼?
마유미 - (빵 터졌다) 아. 정말 요즘 그것 때문에 좀 화난다.
'아베처럼'이라는 말을 뱉어놓고 순간 아차 싶었다. 스노어 친구라고 해서 정치적으로도 열려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을 터인데. 하지만 다행히 마유미는 유쾌하게 나의 농담을 받아주었다.
내가 마유미를 만난 2015년에 아베 정부는 일본을 '정상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개헌을 시도했고 주변국들의 큰 반발을 샀다. 일본 내에서도 ‘징병제’로의 전환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이 '오랜만에' 길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마유미 - 나 서울에 갔었던 적이 있어. 강남에
나 - 여행하러?
마유미 - 아니 회사일로. 치과 기술 관련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들 만나러 갔었어. 그런데 사실 우리가 배우러 간 거지.
나 - 너희가 한국에 배우러 왔다고? 우리 치과 기술이 좋은가 보지?
마유미 - 응, 특히 미용 관련 분야가 우수해. 한국에 가기 전에 TV로 봐서 알고 있었거든. 한국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엄청나게 한다고. 근데 정말로 직접 가서 보니까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특히 강남에.
나 - 맞아. 그 동네에는 한 건물에 하나씩 성형 수술하는 곳이 있지?
마유미 - 그냥 한 건물이 통째로 성형수술하는 병원도 있던데? 그리고 길거리에 성형 광고 전단지가 있어서 놀랐어.
나 - 일본 사람들은 성형 안 해?
마유미 - 물론 하지. 하지만 길거리에 전단지가 있을 정도는 아니야. 한국은 그만큼 외모가 중요한가 봐.
나 - 응, 우린 외모를 중요하게 여겨. 미디어의 영향도 있고. 요즘은 취업을 위해서 성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
마유미 - 한국은 취직하는 데 있어서 외모가 중요한가?
나 - 좋은 일자리는 한정되어있고 경쟁력을 높이려다 보니 성형까지 하게 되었나 봐. 외모가 좋으면 사회적으로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는 믿음도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이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닐걸?
마유미 - 그렇겠지. 근데 한국은 정말 심한 것 같더라.
나 - 요즘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성형하는 것도 새로운 것이 아니야.
마유미 남편 - 한국 사람들도 회사 취직할 때 TOEIC 점수 필요해?
나 - 있으면 좋겠지.
마유미 남편 - 몇 점정도 받아야 취직에 도움이 될까?
나 - 내가 회사에 안 다녀봐서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900점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900점 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을 거야?
마유미 남편 - (정말 많이 놀란 듯) 어떻게 그렇게 고득점을 받을 수가 있지? (잠시 후) 아! 맞다. TV에서 본 것 같아. 따로 학원을 다닌다며?
나 - 맞아. 우린 영어에 돈 엄청 써.
마유미 남편 - 한국에는 영어 잘하는 사람 엄청 많겠구나.
나 - 웃긴 건 말이야,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 쓰는 돈과 시간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못하는 거지.
마유미 남편 - 왜? 아! 그 학원이라는 곳에서 문제 푸는 테크닉을 배우는구나?
나 - 그렇지. 학교 영어교육도 의사소통보다는 읽고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TOEIC처럼 점수 따기 위한 영어를 하게 돼. 그러다 보니 정작 외국인 앞에서는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아.
마유미 남편 - 나는 지금 직장을 다니고는 있지만 더 나은 기회를 위해 TOEIC 600점 정도는 필요해. 요즘 준비하고 있는데 많이 힘들어.
나 - 600점? 정말 600점?
마유미 남편 - 어. 왜?
나 -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에서 TOEIC 600점은 쓸모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