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서 시집 온 아내는
귤 껍질을 한 가닥씩 한 가닥씩 깐다
아내가 귤을 먹은 자리엔
금세 대여섯 갈래
주황색 감귤꽃이 피어난다
제주 토박이인 나는 한 번에 쩍
반 가른 귤이 최선이다
잘 말리면 감귤껍질 차나 될까
언제부턴가
육지댁 아내 얼굴에 섬이 떠간다
귤 한 쪽 혈관처럼 붙은 흰 귤락은
아내의 창백한 손톱에
가늘게 가늘게 뜯겨나가고
제주바다 같은 파란 짠물이 눈에 일렁인다
-그러지 마. 그게 제일 영양가가 많대...
아내 마음에서 내가 뜯겨지고 마는 것 같아,
옹송그린 말이 비척이며 새어나온다
밤마다 아내의 섬에 작은 전구 한 알 켠다
빛 하나 등대처럼, 알알이 집어등처럼
노란 전구 한 알
기도처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