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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May 07. 2023

아내의 섬

육지서 시집 온 아내는 

귤 껍질을 한 가닥씩 한 가닥씩 깐다

아내가 귤을 먹은 자리엔 

금세 대여섯 갈래 

주황색 감귤꽃이 피어난다


제주 토박이인 나는 한 번에 쩍 

반 가른 귤이 최선이다

잘 말리면 감귤껍질 차나 될까


언제부턴가

육지댁 아내 얼굴에 섬이 떠간다

귤 한 쪽 혈관처럼 붙은 흰  귤락은

아내의 창백한 손톱에 

가늘게 가늘게 뜯겨나가고

제주바다 같은 파란 짠물이 눈에 일렁인다


-그러지 마. 그게 제일 영양가가 많대...


아내 마음에서 내가 뜯겨지고 마는 것 같아,

옹송그린 말이 비척이며 새어나온다 


밤마다 아내의 섬에 작은 전구 한 알 켠다

빛 하나 등대처럼, 알알이 집어등처럼 

노란 전구 한 알 

기도처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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