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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Apr 07. 2023

욕망의 글쓰기


그는 오늘도 노트북 하나를 들고 카페에 숨어들 듯 자리를 잡았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빛나다 못해 불타오른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키보드 위의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며 모니터 화면에 활자가 쓰여지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녀는 욕망덩어리였다.-


타다닥, 문장이 다시 써진다. 


-그녀는 나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천사였다.-


그리곤 다시 활자를 잡아먹으며 뒤로 미끄러지는 커서가 깜빡인다.  잘 써지지 않는 듯 찌푸린 미간에서는 주름마다 짜증이 비집고 나온다. 그의 눈에 파란 모니터 화면이 텅빈 우주처럼 담긴다. 

공모전 마감까지 이제 2시간. 이번 공모전에 그는 내심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아니 기대라는 표현보다는 그의 지나온 시간을 다 쏟아붓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두 팔을 들어 소심한 기지개를 켜본다. 창에 빗긴 햇빛에 잠시 눈이 김긴다.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의 손놀림이 좀더 경쾌해진다. 그렇게 글은 술술 풀린다. 다행이다. 카페의 노래가 몇 번이나 바뀌고 문득 옆 자리에서 쉬지 않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해대던 일행이 사라졌음을 느낀다. 남은 시간은 20여 분, 이제 응모만 하면 끝이다. 막판 집중력에 그는 스스로 뿌듯해한다. 


팟---


카페에 흐르던 음악이 멈춘다. 노트북 모니터 화면이 암전된다. 잠시 카페 사람들의 웅성임이 술렁인다. 정전이다. 눈앞이 깜깜하다. 미처 저장하지 못한 그의 글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음악이 다시 흐르고 그와 그의 글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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