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모든 일은 3년은 버티고!
2023년 12월 31일.
신랑과 와인과 와인 안주를 준비하고 보신각 타종 실시간 중계를 켜두고 앉았다.
"인도네시아 생활 시작하면서, 2023년 올해가 제일 안정적이고 제일 좋았던 거 같아. 이제 좀 적응하니깐, 곧 가야하네. 떠나기 전부터 벌써 아쉬워. 2021년에 왔을 때는 첫 동남아 생활 시작하느라고 힘들었고, 2022년에는 아이들 학교 전학 준비와, 새 학교에 적응하느냐고 힘들었거든. 2023년에는 내 루틴도 찾고, 나한테 맞는 운동도 찾아서 하고, 주변 인관관계도 좋았어. 이제 좀 이곳을 알고 적응한 거 같은데 이제 내년이 마지막 해라는 것이 아쉬워. 그래도 가야겠지?"
와인과, 준비한 안주를 먹으며 계속 이야기를 했다.
"왜 사업도 3년만 버티라고 하잖아. 희로애락 다 겪은 뒤 3년 차쯤은 돼야, 이제 이 일에 내가 적응 좀 했구나!' 하니까. 그 3년 반 버티라는 게 주재원 생활에도 해당하는 것 같아."
정말 그랬다. 2023년이 이곳에 온 뒤 제일 좋았다. 주변 엄마들과 관계도 어느 정도 안정감 있었고, 내 내면도 안정적이었다. 한국이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친정엄마 '김치' 맛도 어느 정도 맛을 구현해서 김치에 대한 아쉬움도 없던 해였다. 그리고 잘하고 싶었던 골프도 2023년에 처음으로 백 깨를 해서 95타 점수도 만들었다. 어디가 제일 맛있는 돼지고기를 파는지, 어느 정육점에 가면 가장 맛있는 소고기를 고를 수 있는지도 생겼다. 인도네시아 국내 여행을 가서 인도네시아어로 내가 원하는 바도 요구하고, 영어로 항의도 기죽지 않고 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는데 이제 곧 다시 한국에 가서 다시 한국에 '적응'해야 한다.
이미 나는 한국에 가면 내가 어떤 것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할지 눈에 선하다. 이곳에 음식, 장소, 여유, 여행, 사람들 모든 것이 그리울 것 같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이곳에 어렵고 힘들었던 것은 기억이 희미해지고 좋은 기억만 선명해서 '아 다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것이 뻔하다. 그때 왜 그렇게 즐기지 못했을까,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면서 뭔가 더 하지 못한 아쉬움만 한국에서 절절 읊을 것 같다.
돌아가서 하나라도 덜 아쉬워하고 싶어서, 2024년 달력을 보며 아이들 방학 일정을 체크하고 여행 일정을 잡는다. 가장 긴 방학인 여름방학에 방문할 한국일 정도 체크한다. 2024년만큼 한국이 크게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처음이다. 곧 짐 싸서 정리해서 12월 말쯤 혹은 2025년 1월 초쯤 한국으로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한국에 가서 아이들이 한국 초등학교에 한 달 정도 한번 다녀왔으면 한다. 그 경험이 아이들에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주재원 교육받을 때 강사가 한국 가기 전 돌아가기 전에 하면 좋다고 교육받았다고 하니….
2024년은 유독 상반기에 연휴가 많다. 연휴를 끼고 매달 일주일정도 아이들 학교 방학이 있다. 그렇게 상반기 5개월이 지나면 6월 초부터 두 달간의 여름방학이다. 한국에 다녀오고 약 5개월간 이곳에서의 생활을 하면 나의 주재원 와이프 생활도 끝이 난다. 남편은 하루라도 빨리 뜨고 싶은 곳, 나와 아이들에게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곳 일 것 같다.
2024년은 2023년보다 더 빨리 시간이 흐를 것 같다. 이제 1년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게 우습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