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 변하다
애거사크리스티의 소설 ' And Then there were none' 책을 북클럽에서 함께 읽었다.
사실 내가 골라서 읽을 책은 아니었지만, 북클럽의 매력은 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며 한 장 한 장 읽고 있다.
북클럽 리더와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북클럽 리더는 이 책의 핵심 단어가
'Conscience'라고 생각한다 했다. 그리고 캐나다에 살고 있는 북클럽 리더는 이 '양심'이 나라마다 다르다고 느낀 이유를 그녀의 경험을 더해 이야기해 주었다.
'양심이 나라마다 다르다'
나는 이 문장을 듣는데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 이유는 내가 인도네시아에 사는 4년 동안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와 한국에 있을 때 내 양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깨닳았기 때문이다. 근데 그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내 양심은 어떻게 변했을까?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길거리에서 구궐 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했다. 그 사람들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부엌 뒤로 따로 마련돼있는 가정부에 방을 보며
'이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창문도 없는 어두운 그곳. 나는 가정부를 고용하며 그곳에서 지내는 그녀들에 대해 마음이 불편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인도네시아에 온 지 두 달 정도 된 영국엄마는
"그 방에 사람을 지내게 하는 것은 너무 마음이 불편해. 어떻게 거기서 사람이 살 수 있겠어? 빛도 없고 어두워. 나는 가정부에게 내 음식을 다 같이 먹자고 나누고, 밥도 방에서 먹지 말고 나와서 부엌에 식탁에서 편하게 먹으라고 했어."
처음 가정부를 고용했을 때, 휴가도 맘대로 갈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계약(한국에서 이런 계약을 하면 노예계약이라고 신고당했을 것)을 하면서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내가 내 편의를 위해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그렇지만 지금은 이것이 이곳에 규칙인 것처럼 일상인 것처럼 그렇게 내 양심은 변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겠지만
이곳에서는 이렇게 살고 있다.
나의 하루 숙박을 위한 호텔 예약에 20만 원을 쓰지만, 이들의 월급은 50만 원이다.
우리 가족 외식에 한 번에 6만 원 이상을 쓰기도 하지만, 기사의 일주일 식대비는 6만 원을 준다( 이곳 일상적인 식대는 1500원~2200원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것들이 불편하고 내가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지금은 이것이 일상인 듯 살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살고 있는 주재원들이 그곳의 문화가 달라서 어려움을 겪고 내가 생각하는 양심과 다르게 행동하는 그들의 양심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다른 주재원분들이 겪은 양심이 나라마다 달랐던 경험이 궁금하다. 나는 아무래도 기사와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는 나라, 빈부격차가 큰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더 컸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