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인도네시아->베트남-> 그리고..?
올해 베트남으로 이사했던 나의 첫 브라질 친구 'Gabi'가 자카르타를 떠난 지 8개월 만에 이곳을 방문했다.
아이들의 방학이어서 잠깐 온다고 했다. 나는 요즘 좀 불안정과 안정 그 사이를 오락가락하기도 했고 그녀를 만나면 언제나 좋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Gabi가 이곳에 온다는 것이 너무 기대가 됐고 반가웠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힘껏 껴안았다. 그 포옹엔 여러 의미가 있다.
'잘 지냈니'
'잘 살았니'
'고생했지'
등등..
우리는 차에 타자마자, 그동안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나누기 바빴다. 사실 나는 Gabi가 자카르타를 떠난 후, 영어로 뭔가를 말해야겠다는 의욕이 없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보다 영어가 더 저하된 느낌이랄까.. 그녀를 만나기 전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다시 워밍업을 해보겠다며 전날 윔피키즈 책을 소리 내어 몇 페이지 읽어본 게 전부였다.
그녀는 베트남을 곧 떠난다고 했다. 남편의 회사가 다른 곳으로 바뀌면서 베트남이 아닌 인도나 다른 나라로 발령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5년 인도네시아, 1년 베트남, 그리고 다시 인도 혹은 다른 나라로..
꽤나 힘들 것 같았는데, 그녀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고 강해 보였다.
그 이유를 물어보자 그녀는
"이제는 이게 내 삶인걸 받아 드려야지, 내가 불안정하면 남편과 아이가 그것을 다 느낄 것이고 내가 안정감이 있어야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게 다 삶이지 뭐."
5년 후면 이제 그녀의 첫째 달은 대학을 갈 것이고, 뒤이어 몇 년 뒤 둘째 아들도 대학을 가게 되었을 때 남편이 은퇴하고 나면 어디서 살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브라질 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스페인"
이라고 말했다. 의외였다. 나는 그녀가 해외에서 살만큼 살았으니 고국인 브라질로 돌아가고 싶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국사람은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사는 것을 굉장히 큰 변화, 도전이라고 생각을 하고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근데 사실 외국에 나와서 살아보니 그것이 삶처럼 이곳저곳 이동하며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고 은퇴 후의 삶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인 사람도 많았다. 그녀가 인도에 간다면 나는 인도네 만날 친구가 있고, 그녀가 스페인으로 노후에 살러 간다면 나는 스페인을 또 놀러 갈 것이다.
우리는 식당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셨다. 역시 그녀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요즘 내가 영어가 정말 별로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녀가 헤어지며 나에게 말을 했다
"영어 잊어 먹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