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시끄러울 때 나는 글이 잘 써져.
나는 말싸움을 정말 못한다. 꼭 해야 할 말도 잘 못한다. 내가 말싸움을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1. 당황에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2. 그 상황에서 상대방의 잘못 보다, 내가 뭘 실수했길래... 하면서 내가 무엇이 불리했는지 당시는 알지 못한다.
3. 이렇게 말해도 되나? 먼저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상황에서 나온 후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다가
"아.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릴 적, 부모님께 수학시험을 많이 틀렸다거나, 혼이 많이 날 것 같은 경우 편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한 경우가 많다. 남편과 갈등이 있을 때도 얼굴 보고 말하기보다, 메시지로 전달할 때가 많다.
남편이 하루는
" 나중에 메시지로 우르르 보내지 말고 할 말이 있으면 지금 다 해"
라고 말한 적도 있다. 글이 더 좋기도 하고, 남편과 불편한 상황을 얼굴보고 하는것이 자신 없기도 하고 상황 회피적이기도 하다. 얼굴로 직접 마주할 자신이 없는 나.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말을 잘하는 것과는 다르다. 나는 어릴 때 너무 솔직하게 표현하는 바람에 부모님께 혼났던 적이 있다. 성인이 되서도 내가 이걸 말해도 되는지 안되는지 종종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더 글을 쓰고 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몇번이고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
우리는 하루에 입으로 나오는 말보다 손가락으로 전하는 텍스트 대화가 더 많이 늘었다. 깊이 있는 문장과는 거리가 멀다. 요즘은 스레드를 보며(나도 열심히 하며) 아 조만간 이제 글에 대한 집중도가 스레드의 글 분량에 맞춰가겠구나 싶다.
오늘도 말로 다 전달할 수 없는 복잡하지만 너무 가볍고 미묘하게 감정이 상했다. 속으로 글을 쓰고 읊다가 나는 언제나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해.. 하고 마음을 타이핑해서 적는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평온할 때보다 불안정하거나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할 때 글이 너무 쓰고 싶고 잘 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