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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편 Dec 11. 2020

아이와 친해지기

아이와 함께 D+40, 출산 휴가는 휴가가 아니다

아이를 낳고 30일이 넘을 때

이제 산후조리원도 끝나고, 산후도우미님도 가시고, 아직 몸이 덜 회복된 아내를 위해서 이번에는 내가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평생은 무리라도 이 기간만큼은 출산 이후 힘든 아내에게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매게 된다. 아내는 자꾸 앞치마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준다. 너무 속이 보이는 칭찬이기는 하지만 그냥 넘어가 준다.



힘들긴 했지만 이주의 출산 휴가 기간 중에 42번의 식사 중 39번을 밥상을 차렸다.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왜 나오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산 휴가 기간 동안 하루 종일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비로소 아이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생각해 보면 출퇴근하면서 간신히 보는 아이의 모습과 이렇게 24시간 밀착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비로소 아빠로 아이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퇴근 후에 아이를 돌보거나, 혹은 주말에 아이를 돌볼 때는 이제 곧 출근하니까 라는 탈출구(?)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이주를 쌩으로(?) 버텨야 하는 시기를 겪으면 아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한 번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같은 모습을 몇 번씩이나 보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아이의 행동과 여러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목욕을 시킬 때는 왜 아이가 이렇게 자지러지게 우는지 알 수 없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면서 조금은 아이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태열 때문에 물 온도를 너무 낮게 했던 것, 집 온도가 낮았던 것, 내 아이를 잡는 손이 너무 불안했던 것, 몸을 씻기고 옷을 입히는 동선이 너무 길었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말로 전할 수 없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해 준다.


아이가 왜 이렇게 요상한 포즈로 자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매일 한 번씩 하는 목욕도 이런데 밥을 챙겨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고, 안아주고, 투정을 받아주는 과정을 하루 종일 반복하다가 보면 아이에 대한 이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잘못된 이해도 생겼다가 고치는 것이 수 없이 반복되는 과정의 결과다.


현대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아이에 대한 거리감을 만든다. 그건 아빠나 엄마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 집은 아내가 육아휴직이 가능해서 일 년 넘게 밀착 양육이 가능하지만 그 기간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주변을 보면 그래서 그런지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워킹맘들을 종종 본다.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서 아이와의 시간이 줄고 육아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생기긴 하지만, 아내도 나 스스로도 이 과정을 납득하는 건 출산휴가 중에 정말 혼심의 힘(?)을 다해 육아에 참여하고 아내를 케어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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