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D+70, 아기에게 배우는
새롭게 알게 된 사랑
아내한테서도 하지 못한
날 밀어내고 두렵게 해도 떼어낼 수 없는 사랑.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품에 잘 안기던 녀석이 하루 만에 손을 타는 건지 내가 안기만 하면 운다. 아내가 안으면 울음이 잦아드는데 내가 아이를 안으면 또다시 운다. 쿠션 위에서 유모차에 태우고 아이랑 놀아주면 방긋방긋 웃어주는데 안기만 하면 운다. 어쩔 줄 몰라서 방금 샤워하고 나왔지만 아이가 안길 때 닿는 목과 어깨, 얼굴 부분을 다시 씻는다. 혹시 몰라 옷도 다시 갈아입는다.
내 품에서 계속 울던 아이의 울음이 서서히 잦아들 때쯤 나는 사랑이란 게 이런 애틋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날 밀어내는 손길에도 다가가는 것을 포기할 수 없고 무엇이든 상대에게 맞춰 주고자 하는 마음.
아내와의 관계에서 사랑은 독립된 자아가 서로에게 맞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살짝 이가 안 맞는 퍼즐 조각을 서로 조금씩 깎아가며 맞추어 가는 이미지가 내가 가진 사랑의 그림이었다.
오늘 당황하며 겪은 사랑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이다. 그런데도 애절하고 거절당하는 슬픔은 연인관계보다 더하다. 나를 향해 돌아서 있는 등을 보면서 배신감이 아니라 슬픔이 가득 차 오르고, 그리고 다시 앞으로 돌아 나를 바라볼 때 오는 안도감과 기쁨에 무엇이든지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게 오늘 내가 느낀 부모의 사랑이었다.
예상치 못한 변화 속에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어도 이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고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이의 평안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내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아이를 나는 사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