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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편 Jan 12. 2021

아이는 원하는 대로 성장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D+90, 다시 안 자는 우리 아이

아이를 낳기 전에 최대한 아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부모가 되기를 꿈꿨다.

부모의 소망이 아이의 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런 결심을 했지만 아이가 100일도 되지 않는 시점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50일 무렵부터 수면 교육을 시작해서 60일이 넘을 무렵 아이는 저녁 9시면 잠들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점차 밤 수면 시간이 길어져서 9시간 까지도 잠들게 되었을 때, 그 감동은 잠을 못 자며 새벽에 깨서 아이를 달래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생활하다가 갑자기 밤 수면 시간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 주변 환경의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레 8-9시간 통잠을 자던 아이가 6시간 만에 깨 버리고 그나마 수면의 질도 좋지 않아서 하루 종일 피곤해서 투정  부릴 때, 내 안에 걷잡을 수 없는 실패감(?) 혹은 참담한 마음이 올라왔다.


물론 그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도 못 하던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하고 제법 여러 가지 소리(?)들을 내뱉게 될 때의 뿌듯함과 귀여움도 역시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아는 기쁨이다.


또 아이가 자면서 살짝 울거나 웃거나 하는 일은 있었지만 한밤중에 아무런 일도 없는데(우리 집은 베이비 캠이 있다)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어서 부모 심장을 철렁하게 하더니 달래러 가보면 금방 다시 자는 일도 있다. 이런 것은 물론 아이의 입장에서 성장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간담을 철렁하게 하는 일들이다.


아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직선처럼 똑바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고 멈춰 서기도 하고, 한 고비의 문턱을 오랫동안 넘지 못하다가 급성장을 하기도 한다. 어제 했던 것을 오늘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아이가 그렇게 쭉, 되돌아 가는 것 없이 성장하기만을 원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것도 웬만하면 부모가 편하고 보기 좋은 방향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부모의 간절함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라도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이 어린 시점에서는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아무런 장애나 성장과 발육의 늦음 없이 정상적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이렇게 지극히 정당하고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바람은 나름 합당하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아이가 결정해야 하는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지 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역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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