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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Aug 15. 2022

우리가 달에 가야하는 14가지 이유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곽재식, 동아시아 서포터즈 서평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곽재식, 동아시아(2022).

우주 탐사를 위한 노력과 로켓 발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제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장면을 보기 위해 남산 야외음악당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시절만큼 선풍적인 화젯거리가 되지는 못한다. 어쩌면 우주와 과학이란 말 그대로 별세계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우주 탐사를 위해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아까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까운 마음은 우주 탐사의 필요와 효율을 정밀하게 검토한 결과가 아니라 무관심이 빚어낸 무지와 거리감일 것이다. 곽재식의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는 제목처럼 ‘우리가 달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우리와 우주, 일상과 달 탐사 사이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곽재식이 안내하는 달 탐사는 우주의 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역사, 문화 전천후를 아우른다. 이태백과 허난설헌이 꿈꾸던 달과 신라 삼국유사 속 달, 늑대인간과 마녀의 보름달 등 달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우주 로켓과 과학적 지식과 능수능란하게 섞는 작가의 솜씨는 단연 감탄할 만하다. 곽재식은 익숙한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있는 달을 샅샅이 탐사하며,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달에 가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고 유쾌하게 발견해낸다. 14가지 챕터에 걸쳐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매번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한다”라는 작가의 문장과 함께 달에 가야하는 14가지 이유로 마무리 지어지며 각각의 완결성과 설득력을 갖춘다.


그간 방송을 통해 만났던 곽재식 작가는 호기심이 넘치고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저서에서는 작가 특유의 명랑함과 풍부한 연상력, 그리고 과학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단호한 문장이 돋보였다. 곽재식의 유머는 웃음을 주려고 과장하거나 애쓰는 데 없이, 때로는 엉뚱하기까지 한 상상력에서 비롯되어 불쾌한 데 없이 산뜻하다. “만약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조선의 명량해전을 보았다면,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이순신의 노력에 감격하여 함께 일본군을 몰아내 주었다고 노래하지 않았을까?(102)”하는 문장이나, 미국의 괴물 같은 로켓 새턴5호의 크기를 동시대 한국 영화 <대괴수 용가리> 속 용가리와 비교하는 대목에서는 방송 속에 노출된 곽재식의 이미지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또한 평범한 사람을 늑대인간과 마녀로 몰았던 시대를 안타까워하는 공감력과 감수성도, 달 탐사에 대한 음모론 등 사실이 아닌 것은 분명하게 부정하고 반박하는 단호한 문장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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