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칸테 May 15. 2021

미니칸테의 소소한 클래식

Project Soloists -The 6th:Simply Classic

어서 와 예당은 오랜만이지?


아침에 비가 하늘에서 바가지로 물 붓는 수준으로 퍼부어서 아 가지 말까 했지만 오후가 되자 비가 그쳐 다녀왔다. 비 오면 짐이 늘어나서 귀찮은데 아다행이다.


예당은 꼬맹이 시절 호두 깎는 인형 본 이후로 오랜만이다. 남부터미널역은 게임 덕후 시절 국전 가느라 가봤지만 이런 모습으로는 처음이다.



작년 최애 1호님 리싸 투어 시즌에 지름길 알려준 모 덕후님 덕에 헤매지 않고 도착했다. 대부분 공연들이 시작하는 저녁 시간대는 퇴근시간이랑 맞물려서 그때 버스나 택시 탔다간 혈액이 실시간으로 증발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보너스로 지하철도 안 타다가 타면 멀미하니 공연 관람을 앞둔 자들은 지하철과 버스에 감각을 훈련시켜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전국의 음악 전공자와 취미 악기러들의 방앗간 대한음악사를 가본다. 도서 검색대로 찾으면 되겠지 했는데 그런 거 없다ㅠ 그리고 미는 책장은 왜 이리 무거운 거야... 정 모르겠으면 직원에게 찾아달라고 하길 바란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 건지고 나오진 않았다. 어찌어찌해서 슈피소 16번과 하피협 11번 악보를 질렀다. 작곡가 이름이 아니라 출판사 이름(헨*, 베**이터 등) 기준으로 정리되어 있으니까 구매 목록 적어갈 때는 작품번호와 출판사 이름도 적어가길 부탁한다. 




저녁에 일하는 클덕들과 클알못을 위한 낮 콘서트도 준비되어있다. 동네 주민은 상관없지만 원정러는 출근시간대 콩나물시루 지하철을 경험해야 한다는 점은 생각하고 가야 한다. 예당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콘서트홀 챔버홀 리싸홀이 다 따로따로 있는 줄 알았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다. 한 건물 안에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챔버홀과 리싸홀이 양 날개를 장식하고 밑에서 인춘 아트홀이 떡 버티는 모양이다. 경기도 촌놈 인증 


이번 공연은 실내악 공연이다. 사실 강남 심포니의 낮콘서트를 예매했는데 오케 단원이 고로나에 걸려서 하루 전에 공연이 날아가 급히 예매한 공연이다;; 대부분의 클덕들이 생각할 경기필 베선생님 시리즈도 있었지만 큰 공연이라 이틀 전에는 표가 없을 것 같아 챔버홀 공연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침 내가 듣는 너튜브 클래식 음악채널 피아니스트가 나오는 연주회라 예매했다ㅋㅋ                                      



https://www.youtube.com/channel/UC7ejdqHMbj1oYBh3MhbAmyQ

(여기에요 여기)


첫 번째 곡은 르클레르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5번(마장조)였다. 한 번도 못 들어본 작곡가에 예습은 우리 집 펭귄에게 주는 수준인 관객이라 바선생님 곡인 줄 알았던 건 안비밀이다. 같은 바로크 시대 작곡가여서 착각하기 경기도 안성맞춤이다. 확실히 악기 크기가 작을수록 연주하면서 많이 움직인다. 무릎 굽히기는 기본에 발구르기도 빠지지 않는다.


역시 악기는 온몸으로 연주해야 제맛이다.


두 번째 곡은 모선생님 피아노 4중주 1번이다. 피아노 협주곡 같은 곡이라는 해설답게 1악장은 모피협 20번 느낌이다. 다르게 말하면 피아니스트 개고생 시키는 4중주다ㅡㅡ 3악장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디서 나온지는 모르는 곡. mp3' 느낌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선생님의 의자가 연주하면서 살짝 뒤로 밀린 건 안비밀이다.

2부 때 방광 붕괴 위기로 혈액 증발 현상을 겪기 싫으면 인터미션 때 꼭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나오는 길에 옆동네 콘서트홀도 염탐해본다.

2부는 슈선생님 피아노 사중주 가장조다. 우리가 아는 송어 멜로디는 처음부터 안 나오고 4악장에 가야 나오니 그전까지 눈꺼풀이 부착되지 않도록 모아이 모드를 유지해야 했다. 슈베르트의 눈꽃 산천어 빙어 빙하가 머릿속에 지나간다면 신서유기 애청자 인증 


앙코르는 송어 재탕이나 사랑의 인사를 궁예 했는데 역시나 송어 요약 버전이 나왔다. 피아노 중주로 연주할 만한 앙코르가 별로 없긴 하지.

물개 박수를 쳐댔더니 손바닥이 겁나 아프다. 나가는 길을 몰라도 사람 떼만 잘 따라가면 집에 무사히 갈 수 있으니 걱정은 금물이다. 이 시간대에는 예당 앞 도로가 주차장이 되지는 않으니 막차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버스를 타도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