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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May 22. 2021

경기도 원정러의 슬픔

2021 서울스프링 실내악축제

용수철 실내악 축제의 우여곡절


서울 용수철(스프링) 실내악 축제는 클덕들에게 교향악축제 다음으로 최고의 성수기다. 그에 걸맞게 수강신청처럼 서버시계 세팅하고 준비 땅 하고 들어가야 가고 싶은 날 표를 건질 수 있....... 기는커녕 무한히 회전하는 고리만 보고 오열하기 매우 좋은 티켓팅 난이도다. 당연히 내가 예매를 시도했을 땐 이선좌 이전에 아예 자리가 없어서 올해 공연은 날아갔구나 싶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잠 안 온다고 잉어파크를 들락거리던 중, 알흠다운 포도알 3개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지를까 말까를 수십 번 했겠지만 바로 안 잡으면 공중분해되는 표라 자동으로 결제 버튼을 눌러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축도 취소표 주워보는 거였는데 아깝다.


그런데 이미 한번 다녀와봤다고 너무 여유를 부려서일까, 저번보다 늦게 나왔더니 이미 지하철은 막 떠나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고 다음 열차는 시종착역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ㅠ 급히 깨깨오 지도를 켜니 예상 도착시간은 공연 시작 7분 전이었다. 몇 분 차이가 몇십 분 차이가 되는 이곳은 경기도다. 



다행히 클덕후표 지름길과 기관사님의 과속(?), 아저씨 저 이거 못 가면 망해요 정신으로 굳게 닫힌 챔버홀 문을 보고 안돼를 외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코시국에 음료수 마시기도 찝찝한데 숨차고 목이 마르니 짜증이 솟구치고..... 첫 곡 설명 때 집중 못했던 건 덤이다. 


첫 곡은 베선생님 피아노 3중주 내림 나단조다. 공연 주제인 불멸의 연인에 맞게 각자만의 연애사를 상상해야겠지만.... 여기서 왜 뜬금없이 갈비찜 먹는 상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고급 식당에서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프헝쓰 여행 때 먹은 갈비찜을 썰어먹는 장면을 그리고 있자 연주는 끝났다. 

   프랑스 남부 스타일 갈비찜 꼭 먹어보길 바란다.


다음 곡은 봉고차 엘리제를 위하여다. 나도 피아노 연습하다 힐링용으로 가끔 치는 이 곡이 왜 연주회 레퍼토리로 나오나 싶지만 애인에게 헌정한 곡이니까 들어가 있는 거다. 연주를 시작하니 그동안 들었던 봉고차 후진음과 초인종 종료 알림음과 함께 모 예능의 한 장면도 지나갔다. 


https://youtu.be/j-FheusPrCA

    썸네일만 보고 대사가 음성지원이 된다면 당신은 훌륭한 신서유기 애청자다.


다음 곡은 베선생님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다. 이번 공연 연주자 소개에 유일한 외국 이름이 나오길래 이번 곡 해설은 영어구나 싶었는데 한국말도 꽤 하신다. 외국인들이 말하는 살기 좋은 나라에 한국이 하위권을 차지했다는 조사에서 응답자의 대다수가 한국말을 아예 못한다고 말한 걸 보고 괘씸했는데 이번 공연을 보고 그래도 한국말 열심히 배우는 사람들도 많구나 느꼈다. 



연인에게 헌정한 곡으로 월광 소나타도 빼놓을 수 없다. 봉고차 후진송에는 클래식 퀴즈가 생각났다면 월광 소나타에는 무도 언니의 유혹이 떠올랐다. 가을맞이 여행을 떠나 시 낭송 시간에 압구정 핑키 유제니가 떠나간 님들을 향한 시를 낭송할 때 브금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https://youtu.be/LtmloN2Dt_c?t=154


-누군가를 다시 만나야 한다면- 


다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여전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당연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또 너를 


허나 

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다시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면 

두번 죽어도 너와는 



베선생님만 하면 지루하니 다른 작곡가도 나온다. 베선생님이 한때 존경했던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치러 가는 길에 극한 추위로 이 산이 아닌가 봐를 외치며 퇴각한 날 차선생님이 승리를 만끽한 러시아에게 의뢰받아 쓴 곡이 1812 서곡이기 때문이다. 여러 포핸즈 편곡 버전이 있지만 차선생님이 직접 편곡한 버전은 연주자 개고생 난이도라 거의 안 한다는데 이 공연에선 차선생님 편곡이 나왔다ㄷㄷ


2부의 시작은 베사모 회장 슈선생님의 현악 3중주 1번이다. 1부에서 메인 요리를 먹었으니 이제 후식 드셔야죠? 딸기 에이드와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을 먹는 기분이 든다. 


마지막 곡은 전국 피아노러들의 원수 체선생님 작품이다. 역시 기상천외한 변주로 피아노 중도 포기자들을 양성한 원흉답게 연습곡이 아닌 곡도 피아니스트 개고생 난이도다ㅡㅡ


     마무리는 예당의 명물 벽시계로.


덧) 타임어택의 여파로 얻은 몸살은 지금까지 가시지 않고 있다. 공연을 보러 갈 때는 꼭 여유 있게 출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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