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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Jun 06. 2021

놋쇠홀은 이번 생 인연이 아닌가벼

서울시향 선우예권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이수근 선생님 좌회전 현상을 뚫고


이 공연은 이제까지 예매한 공연 중 가장 치열한 티켓팅을 통과해야 했다. 보통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지휘자와 협연자의 인기도가 티켓팅의 난이도를 결정하는데 협연자가 선우예권이니 자칫하면 이선좌 현상으로 내 다리 붙일 자리 하나도 얻지 못하기 아주 좋았다. 아이돌이나 테스형 콘서트에나 있는 줄 알았던 이선좌 현상이 클래식 음악계에도 있을 줄이야....


하지만 대딩때 매 학기 수강신청 실패 과목이 0~1개가 나온 준수한 수강신청 스킬과 네이비즘 시계, 덕후들에서 얻은 티켓팅 꿀팁으로 무사히 3층 자리에 안착했다. 여기까지 읽으면 흔한 클덕의 피켓팅 후 즐거운 공연 관람기겠지만 게임은 지금부터다. 

놋쇠홀은 악명 높은 지하철 환승이 들어가는 코스다. 막장 환승으로 이름나지 않아도 계단 잘못 올라가면 반대방향에 들어가는 건 기본이고 환승통로에서 갈아탈 열차가 곧 들어온다고 하면 뛰어! 모드도 실행해야 해서 예당보다 길이 험난하다. 그리고 빙글 뱅글 2호선은 절대 내가 원하는 장소에 바로 데려다주지 않고 원 그리기 모드를 실행해 출퇴근러와 약속시간 임박러의 피 증발시키기가 특기다ㅡㅡ


지하철에서 내리기만 해도 멘탈이 금이 가는데 공연장까지 올라가면 멘탈이 박살이 난다. 그냥 쇼핑몰도 아니고 복합 문화공간이라 사방에서 가게 브금과 지나가는 사람 떼들이 나를 감싸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복작거리는 분위기를 싫어해서 남들은 물가 싸고 동화나라 같다는 프라하에서 실망하고 올 정도다ㅠ 기대 하나도 안 하고 갔던 잘츠캄머굿이나 부다페스트, 카를로비 바리, 옹플뢰르같은 소도시가 더 좋았던 건 당연했다. 


표를 찾고 나니 서울시향 연주회도 3355 지인 잔치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오히려 소규모 공연보다 더 활발한 느낌이다. 이쯤 되면 유명인사도 있지 않을까 싶어 둘러봤더니 그런 건 없다. 덕계못은 과학인 건가.(무슨 소리야 바로 전날 성덕 되었으면서)

놋쇠월드를 찍어보려 했지만 놋쇠월드타워가 가로막고 있다. 장롱면허가 갈 수 있는 놀이공원은 대중교통이 잘 뚫린 놋쇠월드 뿐이라 고딩 방학과 시험 끝나는 날 잽싸게 튀어가곤 했다. 소심쟁이지만 무서운 놀이기구 마니아라 별셋랜드를 더 좋아했지만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 위치 때문에 별로 못 갔다. 덕분에 자이로 시리즈와 아틀란티스 코멧특급 프랑스 혁명 거대 루프 같은 놋쇠월드 무서운 놀이기구들은 거의 다 타봤다. 다만 별셋랜드랑 달리 싱글 라이더(빈자리 낑겨타기) 제도는 없어서 한 번에 갈 때 여러 놀이기구를 탈 수는 없다ㅠ 지금은 놀이공원보다 유럽과 공연장이 더 재미있어져서 다 옛날이야기지만. 


혼자 놀이공원 가기는 절대 부끄러운 행위가 아니다. 쫄지 말자.
     놋쇠월드타워. 난 처음엔 여기에 놋쇠홀이 있는 줄 알았다.

이번 자리는 3층 2 열이다. 마음 같아선 중블 1열에 앉고 싶었지만 7만 원이라는 손떨림 유발 표값과 이선좌 현상으로 인한 꺼이꺼이가 무서워 현실은 시궁창이다. 피켓팅 중수에게 중블이 허락되는 공연은 r석 5만 원 미만인 공연밖에 없나 보다. 전날과 달리 관악기들이 오른쪽 끝에 가고 콘트라베이스들이 왼쪽 윗자리에 있다. 흠 오케스트라 자리는 암묵적으로 고정돼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막이 오르자 온탕 냉탕 없는 목욕탕 사운드와 관크파티가 만나 5월 최악의 공연이 되고 말았다. 앞줄 반딧불이(결국 1악장 끝나고 어셔 달려옴)와 옆 옆쪽 코골이 관악기의 무단 협연으로 내적으악을 외쳤다ㅠ 심지어 무단 협연 관크는 가방 열고 부시럭 소리까지 추가해 3층=클덕 집합소인 줄 알았던 내 공식은 와장창 깨졌다. 저번에는 못 느꼈지만 이젠 왜 클덕들이 놋쇠홀을 온탕 냉탕 없는 목욕탕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날같이 온몸이 음악을 강타하는 생생함은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초대형 스크린으로 너튜브 실황 영상을 보는 기분이었다. 전날 예당에서 너무 불태워대서 그런 건가? 


2부까지 들었다간 막차 놓치기 넘나 좋은 러닝타임 때문에 경기도 원정러는 인터미션 때 눈물을 머금고 귀가해야 했다. 위치와 분위기도 그렇고 놋쇠홀은 나랑 안 맞는 공연장이라 다시는 안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왔다. 10월에 체코필이랑 성진오빠 협연 공연 쓰여있던데 예당으로 바꿔줬으면.....ㅠ 놋쇠홀의 장점은 로비에서 무료로 핸드폰 충전을 해준다는 점 말고는 없는 것 같다.(혹시 예당도 핸드폰 충전 가능한 곳 있으면 알려주세요)


TMI) 로비에 폰을 맡겨놨거나 집에 두고 왔다면 홀 입구에 서있는 어셔에게 부탁해 종이 관객 질문서를 써서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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