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인 곳에서 디자이너로서 일한다는 것.
IDEO는 전 세계에 9개 지사가 있고, 나는 그중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팔로알토 지사와 합병돼서 전 세계 700여 명의 직원들 중에 400명 정도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셈이다. 샌프란 지사에는 여러 가지 다른 스튜디오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Design for Food라는 스튜디오에 속하고 있다. 식음료품 업계, 농업, 벤처기업, 등등 클라이언트나 프로젝트들은 이 안에서도 다양한데, 그래도 어쨌든 초점은 식음료 분야이기는 하다. 이 스튜디오에 속한다고 해서 다른 스튜디오 프로젝트들에 일 안 하는 건 또 아니고, 굉장히 유연한 편이다.
수요일마다 이뤄지는 티타임에는 매주마다 테마가 다르지만, 이 날은 디저트 데이라 모든 사람들이 각자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져온 날.(왼쪽) 같은 부서 팀들과 롤러장간날! (오른쪽 사진) 기업 문화에 관한 생각과 느낀 점들은 따로 정리하는 게 나을 듯하다.
아이디오는 다른 디자인 회사들과는 다르게 일단, 구성원들 자체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방식도 굉장히 독특하다. 한 번에 무조건 한 가지 프로젝트에만 전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데,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에 분산돼서 프로젝트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고 아이디오 프로세스 자체가 사실은 헌신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적절한 워킹스타일인 것 같다. 내 첫 프로젝트를 예로 들자면, 프로젝트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리서치를 위해서 바로 페루로 날아갔으니… 아무래도 확실히 다른 디자인 회사들과는 다른 시작점인 셈이다. 클라이언트가 페루에 거점 해있고 고객들도 남미시장을 겨누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고. 특정 타겟층 안에서도 어떤 니즈가 있는지를 직접 대면 인터뷰를 통해 배우기 위해 실제로 이렇게 출장을 많이 가는 편이다. 요즘은 COVID-19의 영향으로 전면 여행 중단이 되기는 했지만....
또 특이한 점은 디자이너라고 해서 프로젝트 끝무려쯤, 실질적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타겟층과 직접 얘기해보고 배우면서 더 사려 깊고, 통찰력 있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배우는 게 많다. 클라이언트와 타겟층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아지고 좀 더 그들의 시각에서 아무래도 디자인을 직감적으로 뽑아내게 하는 프로세스 인 셈이다.
프로젝트 팀 구성원들 또한 굉장히 독특하다. 프로젝트 니즈에 의해 팀원이 항상 바뀌는데, 식품 개발요소가 있는 프로젝트라면 식품영양학자, 나(그래픽 디자이너), 작가(라이터) 이렇게 한 팀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특성상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도움이 될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도 일을 하게 됐었다. 그야말로 정말 multidisciplinary팀인 셈이다.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까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노출되기도 하고 기획적이고 전략적으로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른 시각들을 통해 더 많이 배우게 되는 장점이 크다. 게다가, 규모가 꽤나 큰 회사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c-level executive들도 클라이언트로 많이 만나게 되는 편이고 그런 데서 오는 배움도 정말 무시 못하는 편. High-level thinking이라고들 하는데, 그냥 디자인이 디자인으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등 클라이언트들과 굉장히 가깝게 일하면서 그런 걸 많이 배우는 편이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더 잘하는 방법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클라이언트들과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전략적인 사업 계획, 방향성 등을 같이 고민하는 점을 배운다는 것에 있어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는 것을 늘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