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도움이 될까요? 영어공부 얼마큼 해야 하나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유학을 하면서 영어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 미국에 입국하고 나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즈음을 생각해보니, 현지 영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아마 입국하고 6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미국에서 대학을 가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영어권 나라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한국 토박이이다. 미국에 아는 친척도, 친구도, 아무도 없던 내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6개월이란 시간 안에 적응하게 되었을까?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했다고 하면 다들 '그럼 영어는 잘해? 영어는 어떻게 했어?'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던 게 도움이 되네? 미국인들이 내 말을 알아듣고 내 발음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쑥스럽지만 내가 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내 말을 잘 알아들었고, 심지어 1년 정도가 지나고 나니 나를 교포로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혹여나, 언어 공부에 빠른 지름길이 있거나 내가 엄청나게 빨리 영어를 터득했다고 말하려는 글은 아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공부를 정말 '즐겁게'해왔다. 내가 가장 재밌게 접한 영어공부 방식은 내가 좋아하는 책 영어로 다시 읽기, 내가 좋아하는 영화 영자막을 켜고 한번 보고, 자막 전체를 끄고 다시 한번 보기를 반복하면서 공부한 방식이다. 나는 유독 좋아하는 콘텐츠가 생기면 다시 보는 것을 좋아했고, 그 점을 영어 공부하는 데에 이용했을 뿐이다. 신기하게도, 미드를 많이 보고 영화와 책을 많이 보던 게 영어공부에 엄청난 도움이 된 셈이다. 그저 보기만 하면 당연히 느는 데에 한계가 있다. 영어자막을 켜고 보다 보면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보이기 마련이고, 자막 전체를 끄고 보다 보면 어떤 단어들이, 연음들이 안 들리는지 들리기 마련이다. 당연히 처음 반복하면 보이지 않지만 두세 번 반복해서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캐치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양의 노트필기를 하면서 영단어를 외우고 표현들을 외웠었다.
Q. 토플 도움이 될까요?
정말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다. 미국 유학은 가고 싶은데 토플은 너무 공부가 하기 싫다며, 이게 도움이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단도직입적으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토플은 기본적으로 미국 강의를 발췌해서 리스닝, 리딩, 라이팅, 스피킹 네 가지 부문을 통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큼 표현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나는 미대에 갈 건데 왜 바이오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 영어공부를 해야 돼? 나는 저런 수업 듣지 않고 그냥 영어 공부하러 가고 싶은데 왜 강의를 들어야 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경험해 본 결과 생각보다 토플의 단어 수준이 너무 높지는 않으며, 미국 일상생활에 잘 동화돼서 수준 높은 어휘력을 구사하고 싶다면 강력추천을 하고 싶다. 미국에서는 영어만 써야 하는데 당연히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대에 갔기 때문에 과학 관련 수업을 들을 일은 없지만, 미국에서 살다 보면 생각보다 마주칠 가능성이 많은 단어들이 꽤 많고, 과학과 밀접한 주제로 내가 작업을 해야 될 때도 있는 법이다.
Q. 영어공부, 얼마큼 해야 하나요?
위에 토플에 대한 답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정말 죽도록 최선을 다해 영어를 익숙하게 만들려고 노력해보라고 싶다. 당연히 언어는 그 나라에서, 그 문화를 배우면서, 쉬지 않고 노출되어가며 쓰는 게 제일 빨리 는다. 나도 그것은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차피 가서 부딪혀야 하는 것을 미리 준비 안 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 잠깐 1년 정도 어학연수하고 대강 얘기할 수 있는 정도만 늘리려고 오려면 왜 굳이 그 비싼 돈을 들여서 미국에 오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이태원만 가도 널린 게 외국인이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도 대강 얘기할 수 있는 정도는 공부하기 쉽다. 그 나라에 갔을 때 부딪히는 게 최소한이고 내가 덜 힘들려면, 아무래도 언어 공부는 최대한으로 할 수 있을 때만큼 최선을 다하고 와야 적응기간도 짧아진다.
이렇게 6년을 미국에 살았어도, 언어 공부는 끝이 없고 거기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완벽한 현지화가 되기는 정말 힘들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다. 미국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고, 결국에 이곳에서 내가 성공하려면 현지인들보다 말도 잘해야 직장 내에서도 승진도 빨리되고,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설득력이 강한 사람. 결국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강한 사람들이 더 빨리 성공할 수 있겠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그런데, 아무리 디자이너라서 실력이 중요하다고는 한들, 실력도 좋고 설득력도 강하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그 사람이 더 앞서가기 마련. 어쨌든, 언어 공부는 정말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