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캘리언니 Oct 22. 2020

미국 유학 - 졸업 전에 풀타임 오퍼를 받다.

다른 많은 회사들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이 회사를 택한 이유

보통 우리 학교는 졸업전시회를 하는 기간 동안에 리쿠르터들이 많이 방문해서 직접 전시를 보고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사전에 미리 원하는 졸업생과의 인터뷰를 신청할 수도 있다. 참여하는 회사들은 나이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수의 세계적인 기업들에서도 많이 오는 편이라 졸업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졸업 준비 포트폴리오 수업 때는 이를 대비한 모의면접이나 내 작업들을 소개하는 방식까지도 서로에게 연습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질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이 스피드 인터뷰를 신청하지 않았다. 졸업을 하기 전인 8월 말, IDEO에서 인턴쉽을 끝내자 풀타임 오퍼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고 뛸뜻이 기뻤지만 나는 고민에 빠졌었다. 분명히 졸업 전시회를 하고 인터뷰를 하면 더 많은 기업들과의 인터뷰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대기업 리쿠르터들이 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나는 당연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서 얻어낸 졸업장이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과연 다른 기업들과 인터뷰도 안 해보고 풀타임 오퍼를 받아들여야 할까? 


분명히 다른 기회도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내가 졸업 전 풀타임 오퍼를 수락한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기업문화에 대한 믿음이 컸었고, 두 번째로는 비자를 전격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입장을 취해주셨기 때문이었다.  


1. 기업문화


애플에서도 인턴쉽을 했었고, 아이디오에서도 인턴쉽을 해보니 두 기업의 문화가 확연히 다른 것이 느껴졌다. 애플에서도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아이디오에서는 '아 - 이렇게 일한다면 스트레스가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것도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단 사람을 위한, 사람 위주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모토인만큼, 복지나 서로를 서로에게 대하는 관계에 있어서 따뜻함이 많이 느껴지는 문화를 몸소 많이 느꼈다. 인턴이 아닌 한 명의 디자이너로 나를 대해주었고, 심지어 클라이언트 미팅 때에서도 혹여나 내가 주눅 들거나 클라이언트 쪽에서 낮게 볼세라 나를 디자이너로 소개해주는 직장 동료들도 있었다. 애플에서는 인턴인 내가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발표하는 것은 사실 조금 어려운 분위기였다면, 아이디오에서는 적극적으로 내가 발표하고 의견을 피력해도 자연스러울 만큼 수평적인 관계가 지배적인 기업문화임을 느꼈다. 잠깐인 3개월간의 인턴생활을 하면서도 이렇게 느꼈으니, 사람들이 왜 이 회사에서 5년, 10년, 15년, 20년 장기근무를 하는지 이해도 갔다. (아이디오는 유달리 장기 근무자가 많은 편이다.) 


나중에 정직원이 돼서 느껴보니 내가 느낀 기업문화가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1년밖에 일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 클라이언트와의 트러블로 우리나라의 파트장보다 더 높은 급의 상사 앞에서 울기도 해보고 - 너무 지독하게 아파서 클라이언트와의 파이널 미팅을 앞두고 1주일을 쉬어야 했던 일 등등. 일을 할 땐 정말 확실히 하는 문화고 맡은 일은 정말 열심히 하면서도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따뜻하게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기업문화가 정말 중요하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 일화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다음화에 다룰 예정.)


2. 비자 문제


유학을 하고 나면 1년간 OPT라는 기간이 주어진다. (전공하는 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디자인은 통상 1년이다.) 나는 졸업하고도 이 OPT이후의 기간에도 미국에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비자 문제를 생각 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국은 다양한 비자가 있고, 비자로 일하고 있는 인력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트럼프 정부 하에는 아무것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회사와 맞는 인재라면 비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불안했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이민 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비자와 관련해 무조건 나를 전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Employer가 필요했다. 


미국에서는 보통 풀타임 오퍼를 받거나, 오퍼가 들어오면 협상 단계를 거치는 게 대부분인데 나는 연봉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비자 문제가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처음에 아이디오에서 풀타임 오퍼가 들어왔을 때, 연봉협상 대신 나는 전적으로 비자 문제를 1년 뒤에도 지원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회사 측에서 무조건적으로 비자 문제를 지원하겠다는 조건으로 나에게 풀타임 오퍼를 다시 보내왔고,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다른 기업들과 얘기를 해보는 대신에 풀타임 오퍼를 수락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1년 뒤인 지금, 코로나 때문에 비자의 시기가 조금 꼬여서 한국에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비자를 받았고 인터뷰 날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비자 문제가 생각보다 너무 머리 아프고 복잡한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는데, 이렇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나는 그나마 정말 고생을 안 한 편이다. 미국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비자 문제는 무조건 정말 꼼꼼히 들여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 토박이인 내가 미국에서 빨리 적응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