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앞에 선 어른의 설렘
주말 오전, 에버랜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을 때 가슴 어딘가가 두근거렸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이곳에 오면 여전히 소년 같은 기분이 든다. 입구로 걸어가는 동안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음악이 섞여 있었다. 사람들이 웃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어트랙션이 돌아가는 소리. 그 모든 것이 일상과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는 신호였다.
메인 게이트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이 환해졌다. 형형색색의 풍선과 깃발, 거리 공연을 하는 캐릭터들, 그리고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들.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급할 것이 없었다. 오늘은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걷고, 보고, 느끼는 날이었다.
멀리서 회전목마의 음악 소리가 들렸다. 오르골을 크게 틀어놓은 것 같은, 맑고 반복적인 멜로디. 그 소리를 따라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향했다. 모퉁이를 돌자 회전목마가 보였다. 화려한 지붕 아래 형형색색의 말들이 천천히 돌고 있었고, 그 위에 탄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회전목마 앞에 멈춰 섰다. 철책 너머로 그 풍경을 한참 바라봤다. 말들은 위아래로 움직이며 원을 그렸다. 금색과 은색으로 칠해진 장식 기둥이 중앙에서 빛났고, 천장의 거울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어린 시절 처음 이 회전목마를 봤을 때의 감동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는 저 말 중 가장 멋진 걸 타고 싶어서 한참을 고민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마음이 남아 있었다. 타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몸이 먼저 망설여졌다. 마흔이 넘은 어른이 혼자서 회전목마를 타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봤다.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이었다. 혼자 온 어른은 나뿐이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회전목마가 멈추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표를 끊고 줄을 섰다. 앞에 선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어느 말을 탈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도 어릴 때 그랬다.
차례가 됐을 때, 나는 한쪽 구석의 흰 말을 골랐다. 갈기가 긴 말이었고, 안장은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올라타자 생각보다 높았다. 바닥에서 본 것과 말 위에서 본 세상은 달랐다. 주변의 사람들이, 상점들이, 나무들이 조금 다른 각도로 보였다.
벨이 울리고 회전목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말은 위아래로 움직였고, 나는 그 리듬에 몸을 맡겼다. 음악이 더 크게 들렸다. 오르골 소리에 섞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옆에 탄 꼬마가 "아빠, 저기 봐!"라고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회전목마는 느리게 돌았다. 급하지 않은 속도로, 같은 자리를 맴돌면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원을 그렸다. 그 반복이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느린 회전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움을 느꼈다. 돌고 도는 동안 주변 풍경이 천천히 흘러갔다. 메인 스트리트, 상점들, 걸어가는 사람들, 풍선을 든 아이들. 한 바퀴 돌 때마다 같은 풍경이 다시 나타났지만, 그게 싫지 않았다.
문득 생각했다. 중년이라는 시간도 이 회전목마와 닮아 있다고. 새로운 것보다는 반복되는 일상이 많고, 극적인 변화보다는 천천히 돌아가는 날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회전목마가 속도를 줄이며 멈췄다. 3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이 묘하게 길게 느껴졌다. 말에서 내려 철책 밖으로 나왔다.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회전목마를 뒤로하고 천천히 걸었다. 캔디 가게가 보였다. 유리창 너머로 형형색색의 사탕들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막대사탕, 젤리, 초콜릿, 설탕공예로 만든 동물 모양의 장식들. 보기만 해도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듯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진열대 앞에 모여 있었고, 부모들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한쪽 구석의 막대사탕 코너로 갔다. 나선형으로 색이 섞인 커다란 막대사탕이 한 줄로 세워져 있었다. 어릴 때 이런 걸 받으면 하루 종일 빨며 다녔던 기억이 났다.
한 개를 집어 들었다. 무게가 꽤 있었다. 계산대로 가면서 생각했다. 누가 보면 유치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마흔이 넘은 어른이 막대사탕을 사다니.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으니까.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막대사탕을 한 번 핥아봤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어릴 때 먹던 그 맛 그대로였다. 시간은 흘렀지만,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동물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무가 울창한 길을 따라 걸으며 동물 우리들을 하나씩 지나쳤다. 사슴, 얼룩말, 코끼리. 아이들이 울타리에 매달려 동물들을 보며 소리쳤다. "엄마, 코끼리다!", "저기 아기 사슴 있어!"
나도 멈춰 서서 동물들을 바라봤다. 사슴 한 마리가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 느긋한 움직임이 오후의 공기와 닮아 있었다. 아무 걱정도 없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도 저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펭귄 우리 앞에서는 더 오래 머물렀다. 펭귄들이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여웠다. 한 마리가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유영했다. 육지에서는 서툴러 보였지만, 물속에서는 놀라울 만큼 민첩했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걸 펭귄이 알려주는 것 같았다.
동물원을 나와 다시 중앙 광장 쪽으로 걸었다. 벤치에 앉아 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걷는 아빠, 유모차를 밀며 지도를 보는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온 손주들. 모두 각자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공간 속에 섞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에버랜드는 내게 그런 곳이었다. 혼자 와도, 가족과 와도, 언제든 받아주는 공간.
오후가 깊어지고 있었다.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출구로 향하며 마지막으로 메인 스트리트를 천천히 걸었다. 아침에 봤던 상점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캐릭터들은 여전히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에버랜드는 내게 꿈의 공간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곳에 오면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뛴다. 회전목마의 음악, 캔디 가게의 달콤한 풍경, 동물들의 평화로운 오후,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이 모든 것이 현실과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른다. 마흔이 넘어서도 놀이공원에 설레는 게 유치한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설렘이야말로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일상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여전히 아름다운 것에 두근거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뒤돌아봤다. 에버랜드의 입구가 멀어지고 있었다. 다음에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한 달 후일 수도, 석 달 후일 수도, 어쩌면 일 년 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차 시동을 걸며 생각했다. 에버랜드는 나의 꿈이며, 추억이며, 여전히 돌아올 수 있는 행복의 공간이었다. 회전목마 위에서 느낀 평화로움, 막대사탕의 달콤함, 동물들의 느긋한 모습, 그 모든 것이 나를 다시 아이로 만들어주었다.
중년의 심장이 뛰는 이유는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 나이는 숫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회전목마를 타고 싶으면 타면 되고, 막대사탕을 사고 싶으면 사면 되며, 펭귄을 보고 싶으면 보면 된다. 누가 뭐라든,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며 라디오를 켰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며 흥얼거렸다.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중년의 심장이 뛰었고, 소년의 설렐을 다시 느꼈으며, 여전히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걸 확인한 날.
에버랜드는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다. 내가 다시 찾아갈 때까지, 변함없이.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갈 것이다. 중년의 심장이 뛰는 시간을 위해, 여전히 소년인 나를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