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앞의 소년

세뱃돈으로 산 싸구려 프라모델의 무게


겨울 오후의 문방구 앞은 언제나 조용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작은 가게였는데, 유리문을 열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그 안에는 오래된 난로와 먼지 쌓인 과자 진열대, 그리고 천장 가까이 매달린 프라모델 상자들이 있었다.


세뱃돈 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그곳에 갔던 날의 오후가 지금도 선명하다.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이 주는 묵직함이 좋았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주인 할머니가 난로 옆에서 고개를 들었지만, 나는 이미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벽에 기대어 쌓인 프라모델 상자들 앞에 섰을 때, 나는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상자마다 그려진 전투기와 탱크의 그림은 실제보다 훨씬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 그림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천오백 원짜리 싸구려 프라모델을 집에 가져가 뜯어보면, 플라스틱 부품은 제대로 맞지 않았고 색깔은 칙칙한 회색이거나 탁한 초록색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매번 같은 상자를 집어 들었다. 손에 쥐었을 때의 가벼운 무게와 흔들면 들리는 부품 부딪히는 소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계산을 마치고 문방구를 나서면서 비닐봉지 안의 상자를 몇 번이고 만졌다. 집까지 가는 십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상자 안의 프라모델은 아직 완벽했다. 아직 뜯지 않았고, 아직 조립하지 않았고, 아직 실망하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내가 가진 것이 정말로 멋진 전투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살아 있었다.


책상 위에 상자를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뜯는 시간이 왔다. 테이프를 떼고 뚜껑을 열면 플라스틱 냄새와 함께 본드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이미 한 번 조립했다가 부러뜨린 프라모델의 잔해들이 책상 한쪽에 놓여 있었지만, 새로운 상자를 여는 순간만큼은 그런 실패가 중요하지 않았다.


작은 부품들을 하나씩 떼어내면서 설명서를 들여다봤다. 번호가 적힌 부품들은 어디에 끼워야 하는지 알려주지만, 실제로 조립하면 헐거워서 금방 떨어지곤 했다. 본드를 짜서 이어붙이는 동안 손가락에 묻은 끈적한 감촉과 코를 찌르는 냄새가 싫지 않았다. 어쩌면 그 냄새 자체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완성된 프라모델은 상자 그림과 달랐다. 날개는 한쪽으로 기울었고, 바퀴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으며,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 색깔도 칙칙했다. 그래도 나는 그것을 책장 위에 올려놓았다. 먼지가 쌓이고 언젠가는 떨어져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에 두었다. 그것이 내가 세뱃돈으로 산 것이고, 내 손으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문방구 앞을 지나가면 그 겨울 오후가 떠오른다. 세뱃돈 봉투를 쥐고 서 있던 소년은 이제 없지만, 싸구려 프라모델을 사는 그 순간의 설렘만큼은 어딘가에 남아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부서져도 괜찮다고, 그래도 만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던 그 시간이 그립다.


본드 냄새가 배어 있던 작은 방과, 상자를 뜯는 순간의 기대와, 완성된 프라모델을 바라보던 눈빛을.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문방구 앞을 지나칠 때마다 조용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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