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의 지도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당신은 무엇을 말할 수 있나요?
어릴 때는 쉬웠습니다. 프라모델, 게임, 만화책, 친구들과 뛰어노는 시간. 좋아하는 것이 명확했고, 그것을 좋아하는 데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좋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이제는 그럴 나이가 아니라고,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테니스를 좋아했지만 결혼 후 라켓을 벽장에 넣었고, 머슬카를 타고 싶었지만 연비 좋은 세단을 샀으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을 선택했습니다. 그것들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윤곽이 흐려졌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그 윤곽을 다시 그려보는 작업입니다.
어린 시절 세뱃돈으로 샀던 싸구려 프라모델부터, 지금도 가끔 찾아가는 고향 바다까지. 포기한 것, 미뤄둔 것, 여전히 간직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발견했습니다. 포기한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남아 있다는 것을. 라켓을 놓은 자리에는 아내와의 주말이 있고, 머슬카를 포기한 대신 가족의 안전이 있으며, 돈에 대한 고민 뒤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변합니다.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책임에 따라. 하지만 그 변화가 상실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며, 더 진실해집니다.
이 책은 한 명의 평범한 30대 후반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 걸으며 남긴 기록입니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명확한 해답은 없습니다. 다만 솔직한 고백과, 작은 발견들이 있습니다.
당신도 한번 떠올려보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그것들의 윤곽을 따라 걷다 보면, 어쩌면 당신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