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배우의 도전
출장지에서의 주말이다. 혼자 밥을 먹을 땐 조금 긴 유튜브 영상을 켜 놓곤 하는데 오늘 알고리즘이 띄워 준 영상은 배우 전도연이 정재형과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그녀는 프로페셔널했다. 어떤 분야에 있어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어서 그런가 참 배울 점이 많았다. 후회하기 싫어서 열심히 일한다는 점도, 큰 상을 받은 후에도 변함없이 본인의 기준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점도 그랬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연극 작품에 27년 만에 다시 출연했던 계기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이미 드라마나 영화로 본인의 명성을 어느 정도 쌓아둔 사람이었고 또 연극이 일인 캐스팅으로 30일 동안 공연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 그녀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연출자의 연극을 보고서는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잃을 수도 있는 것들, 실수할 수도 있고 못할 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받아들이고 도전을 택했다고 했다.
출장을 온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 사실 난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에서는 아무도 가라고 말하지 않았었던 출장이었다. 그저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준비해 왔던 일이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되는 마음에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 하지만 나는 입사한 지 겨우 2개월을 갓 넘긴 사람이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유관부서 사람들과 같은 부서 선배가 나를 답답해했다. 그래도 모른다고 인정해야 했다. 그래야 도움을 받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본사에서도 현장 일이 바쁜데도 계속 진행사항을 업데이트해달라고 하니 일과가 모두 끝난 후에도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해야 했다.
‘아… 그냥 회사에 있었으면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됐을 텐데…’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 차에 그녀의 말을 듣게 된 거다.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만약에 고생하기 싫어서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내 마음은 어땠을까. 가지 않아서 도움을 주지 못해서 후회하는 마음이 내 안에 생겼을 거다. 조금 못하더라도 다소 부족하더라도 어떤가. 난 새로운 일을 하고 있고 이 자리에 있다.
사실 떨린다. 주말 내내 불안감이 가득했다. 내일부터 해야할 일들이 잘 될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하기로 했다. 실수하면 어때 좀 욕 먹으면 어때, 하기로 맘 먹었으면 한 번 해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