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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Mar 03. 2023

입맛은 없지만 떡볶이 국물은 먹고 싶어

아직 덜 아픈 거지

"위가 너덜너덜한 거 보이죠? 위만 보면 90넘은 할머니보다 더 상태가 안 좋네."

내시경을 하면 항상 듣는 말이지만 참 슬프다.

위는 좋아지는 방법은 없고, 지금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면서

죽는 날까지 잘 아껴 써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서글픔마저 들었다.


어릴 적부터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걸 스스로 모르다 몸이 반응하는 상황이 되면

그제야 '내가 힘들었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게 일상이었다.


밥을 먹으면 늘 소화제를 달고 살았고,

조금만 신경 쓰면 먹는 것도 힘들었다.

억지로 음식물을 삼키면 토사곽란이 와서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제도 그랬다.

3월이 되면서 이런저런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그저 남들이 하는 고민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몸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결국 위가 반응해 버렸다.


배를 쥐어짜듯 아파오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얼굴이 창백해지자 남편은 패딩을 집어 들었다.

평소라면 무슨 병원이냐고 소리를 치며 시간 지나면 괜찮다고 할 나인데

소리를 칠 힘도 없었다.


바로 응급실 접수를 하고 위내시경을 했다.

내시경은 위가 아픈 것을 잊게 하는 다른 고역을 준다.


결국 진통제를 주사로 맞고, 수액을 꽂아야 했다.

남들보다 혈관이 좁아 혈관통도 심한 나는 주사를 맞으면 주사를 맞은 자리는

일주일 넘게 부어 있고, 보통 3시간이면 충분한 수액 한통이 다 들어가는 게 6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파도 참는 게 더 편했다.

그래서 병원 방문은 연례행사이다.


"충분한 수면, 자극적인 음식 금지, 커피는 최대한 적게."

의사가 아니더라도 위 건강을 위해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걸 듣고

응급실에서 7시간 만에 탈출했다.


그러고 나서 오늘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고 마실 수 없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내 위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가 아프다 보니 입맛도 없었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그런데 떡볶이 국물은 먹고 싶었다. 떡볶이 건더기가 아닌 떡볶이 국물.

떡볶이 국물을 마시면 위도 안 아플 거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직 위가 견딜만하게 아픈가 보다.

90넘은 할머니의 위보다 상태가 안 좋은데도

입맛은 초딩인가 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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