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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Mar 10. 2023

행복이란 밋밋한 것

울리지 않는 전화의 감사함

"행복은 밋밋한 거예요."

뒤통수 한 대를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누구나 다르게 정의하는 행복을 밋밋한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살면서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다.


행복은 밋밋하대요

왜 이렇게 내 인생은 밋밋하고 대박이 나지 않고 내 아이는 눈에 띄지 않고,

되지 않고 못한 것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느라 얼마나 가진 게 많은지 모르고 산다.

그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 제일 사람이 제일 불행하고 손해 보는 사람이다.     

자기가 가진 걸 모르고, 누리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면

그럼 꽝이다.

그 사람한테는 더 좋은 게 생겨도 갖지 못한 거, 더 받고 싶었는데 받지 못한 거, 얻지 못한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더 좋은 게 가도 소용이 없다. 가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를 듣고 나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 며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도 덩달아 아팠다.

우울감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는 걸 알아서 뭘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두고도 멍하니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화들짝 놀랄 뿐 그 뒤에 이어지는 행동은 없었다.

무기력한 시간 속에서 듣게 된 말이 나를 다시 일으켰다.


가진 것이 많은 걸 알지 못하는 사람이야 말로 불행한 사람이라고 수없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말이지만

정작 내 마음이 힘들 때는 그 생각을 한 적조차도 잊어버렸다.

지금 내가 가진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보지 못하고 무기력한 상황을 받아들인 나 자신이 초라해졌다.


영화 해운대에서

'뭘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또 그냥 아무것도 안 하기엔 하루가 많이 남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인 오후 3시'라는 대사가 나의 요즘 생활을 대변하고 있었는데 이게 바로 행복이었다니.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무엇을 하던 믿어 주며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엄마,

나와 피 한 방울 안 섞였는데도 온전히 내편이 되어주며, 내가 무엇을 하던 지지해 주는 남편,

부족한 엄마를 보듬어 가면서 너무도 예쁘게 잘 커주는 우리 딸이  오늘도 내 앞에서 웃어주고 있다.

이렇게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는데 왜 그걸 보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아이가 학교 간 사이에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고,

남편이 회사에 있는 시간에 회사의 번호로 전화가 오면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밋밋한 나의 일상이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


행복이라는 건 남들이 알만큼의 큰 일,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만 바라보면서 무기력했던 나를 반성해 본다.


알록달록한 세상을 모르는 재준이를 보면서

알록달록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이라는 걸 느끼는 순간

나는 가진 게 많아진 사람이 되어 행복하다.


조금 못하면 어때? 덜 갖고 있으면 어때?

얼마 지나면 또다시 남들이 가진 걸 보면서 무기력함이 찾아올 거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서 웃어주고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아무 조건 없이 응원해주고 있는데

뭐가 두려워?

나는 이미 이렇게 많이 가진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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