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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Mar 21. 2023

타인은 지옥이다

유리 멘탈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힘

"요즘 핸드폰 없는 아이가 어딨어? 애들도 지 친구들끼리 연락하고 지내야지. 그냥 해줘."

라는 말을 듣고 또다시 고민을 한다.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 핸드폰을 생각해 보겠다는 우리 집의 암묵적 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가 있는 거처럼 말한 아이 친구 엄마의 한마디에 내 멘탈은 또 바사삭린다.


외동을 키우면서 늘 강조하는 부분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모나지 않게 살기"이다.


그런데 아이가 핸드폰이 없어서 자기 친구들과 연락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소외된다는 말에

'사회성 좋아서 모든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고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그게 아닌가?

 진짜 마음을 나누는 친구는 없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들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그날 저녁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 본다.

아니, 일방적 질문을 퍼붓는다.


친구들이랑 잘 노냐고

핸드폰 있는 친구 많냐고

핸드폰 없는 친구는 없냐고

핸드폰이 없어서 불편한 점이 있냐고

핸드폰을 갖고 싶냐고


아이는 엄마가 또 그런다는 듯이,

아니 어쩌면 이렇게 물어봐도 엄마는 핸드폰을 해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어서 인지

정말 영혼 없이 늘 하던 대답을 한다.

"핸드폰 없어도 불편한 점 없고, 친구들이랑도 잘 논다."

그 말을 듣고 한시름 놓는다.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씩씩한 척 해도 결국 3학년인데, 남들도 다 해주는데 그거 해준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남편을 소환한다.


그리고 또 낮에 있던 얘기와 더불어 나의 고민을 말한다.

남편은 "중학교 가면 해준다는 생각을 조금 당겨서 고학년으로 생각해 봐라.

아이가 지금 불편함이 없다고 하니깐 믿어주자."

아이와 남편이 나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내가 조금 덜 고집스러웠다면 이 착한 두 부녀는 행복하게 잘 살 텐데.

"지금 자기는 잘하고 있고, 우리 OO이도 더할 나위 없이 잘 크고 있는 거 알지?

 남들이 한 말에 일희일비하지 마라. 누구나 자신만의 바운더링 안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면 되는 거다."라는 뻔한 이야기로 나를 위로한다.

그런 뻔한 위로에 다시 나를 합리화시킨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야기가 주제가 되기에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만남은 자제한다

자발적 아싸가 되기로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모임에서

듣고 온 한마디로 온 집안의 공기는 무겁다.

나름 나만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그 원칙을 아이도 합의한 상황에서

타인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든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행복한 시간을 몰아낸다.


아이 친구 엄마의 말에는 악의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문제는 남의 말에 휘둘리는 나의 유리멘탈이다.

정보성 발언을 들으며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선택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습자지귀를 가지고 있음에도 행동을 하기까지

누구보다도 많은 고뇌가 있기에 그나마 스며들기 전에 말라버린다.


이렇게 고집과 소신의 사이에서 위태위태하게 버티면서 살아간다.

갈림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재단하면서

내가 선택하는 것에 분명한 명분을 만들어 가며,

내가 하는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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