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음식으로 주는 감동의 묘미가 있습니다. 받아 본 사람은 그 음식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고 있기에 감동은 배가 됩니다. 맛있게 먹는 한 끼 식사가 삶의 든든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도 값진 교훈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오늘 그랬습니다.
음악
-정준하 (영계백숙)
[Lyric Video] 정준하 (Jung Junha) - 영계백숙 (Chicken Soup) (정준하 Remix Version)
사연
파는 삼계탕이 한 그릇에 15000원은 기본이고, 그 안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2만 원도 넘습니다. 몸보신에 대명사인 삼계탕을 먹고 나면 참 맛있다, 조금만 더 저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어제 마감시간에 간 마트에서 삼계탕용 닭을 할인 판매를 하길래 집에서 한 번 해볼까 싶었습니다. 물 넣고 끓이면 되겠다 싶어서 카트에 넣었습니다. 닭볶음탕용으로 사서 집에서 닭곰탕은 해 본 적이 있어서 삼계탕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에 사 온 건, 무식한 게 용감하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집에서 해주신 삼계탕을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집에서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결혼한 지 10년이 넘도록 해볼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아이는 고기류를 잘 먹지 않아서 딱히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안 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입니다.
친정엄마께서 요리를 잘하셔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봐서 그런지 레시피 없이도 엄마가 해주신 음식의 맛을 기억해서 요리를 하는 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남편과 아이가 별 불만 없이 맛있다고 하면서 잘 먹어줍니다. 레시피를 보면 완벽하게 구현해 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적은 재료라도 없으면 불안해서 그 요리를 하지 못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보니 아예 레시피를 보지 않습니다.
이번 삼계탕도 저만의 방식으로 끓였습니다. 끓는 물에 15분가량 끓여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속에 찹쌀, 대추, 인삼, 밤을 넣고 다시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불순물을 제거했으니 오래 끓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완벽한 오산이었습니다. 끓으면서 계속 불순물과 기름이 계속 나와서 불 앞에서 계속 있어야 했습니다. 눈에 보이니 계속 걷어내고, 물이 쫄면 다시 물을 넣어야 하는 반복된 행동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뭐든 오래 끓이면 오래 끓일수록 맛있어진다는 저만의 지론으로 계속 끓였습니다. 보일러 온도를 낮췄음에도 가스레인즈에서 계속 삼계탕이 끓여지다 보니 집안은 자연스럽게 더워졌습니다.
3시간 정도를 끓여서 15분 만에 먹었습니다. 나름 맛은 괜찮았습니다. 이미 재료에서 '맛없없(맛이 없을 수가 없어)'이었으니 남편도 아이도 좋아했습니다.
맛있게 먹고 나서 "삼계탕은 먹고 싶을 때 사 먹는 걸로"라고 하니 남편도 아이도 빵 터졌습니다. 삼계탕집에서 먹고 나오면서 "맛있긴 한데 비싸다."라고 말하던 저를 기억하고는 터진 웃음이라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사 먹는 삼계탕은 비싼 게 아니었습니다. 뼈가 쉽게 발골되기까지 오랜 시간 불 앞에서 불순물과 기름을 걷어내는 수고에 비하면 그 정도의 가격은 받아 마땅했습니다. 지금처럼 전문 음식점이 성행하지 않았던 저의 어릴 적에 먹었던 삼계탕도 엄마의 이런 노고가 있었다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경험을 해봐야 이해가 되고, 감사할 줄 아나 봅니다. 정말 음식은 사랑과 정성이기에 그 가격은 숫자에 불과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
-god (어머님께)
클로징
삼계탕을 먹고 엄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 힘든 걸 어찌하셨냐고,
엄마는 말합니다. 대충 물만 붓고 끓이면 되는 건데 뭐가 어렵냐고, 그리고 내 식구들 입에 들어가는 건데 그 정도도 안 하면 어쩌냐고.
역시 엄마는 위대하십니다. 그런 위대한 엄마가 계셔서 행복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