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새끼는 안 짠한데, 내 새끼는 짠해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같은 상황에서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마음이 더 기우는 사람이 더 안쓰러운 모습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나와 관련된 이라면 결국은 감정이 움직이게 되나 봅니다. 사람이라 그런 거겠죠?



음악

-다비치 (너라서)

다비치(Davichi) 너라서 (빅 OST) (가사 첨부)



사연

다리를 다치고 저를 대신해서 남편과 아이가 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원래도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는 남편이지만 지금은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방학이다 보니 저랑 오래 같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다행스러운 일들이 이 둘에게는 귀찮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다리 다친 게 벼슬이 아니라서 할 수 있는 건 하자로 움직이려고 노력하지만 상당히 많이 아프고, 불편하다 보니 결국은 고사리 같은 아이손을 빌리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 되다 보니 아이도 눈치가 생겨서 이제는 알아서 하는 일들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짠합니다. 친절한 엄마는 아니지만 다치지 않았다면 아이가 하지도 않아도 될 일들을 아이를 시키고, 아이가 하는 모습을 보니 미안해집니다. 또, 내 아이가 나로 인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남편 역시 그런 감정이 들기는 하지만 아이만큼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친정엄마에게

"엄마, 남의 새끼(남편)이 하는 건 안 짠한데, 내 새끼가 하는 거 보면 짠해."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그게 당연한 엄마 마음이라고 하셨습니다. 내 아이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엄마가 어디 있겠냐고.


시어머님께서는 아이에게 네가 엄마 많이 도와주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이 서운했습니다. 당신 아들이 아닌 제 딸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서운했습니다. 엄마마음으로는 당신 아들을 위한 마음으로 하신 말씀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이해가 되었지만 당장 내 아이를 먼저 보는 마음으로 들으니 서운했습니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약해지나 봅니다. 별것도 아닌 것에 예민하게 생각하게 되고, 말의 의도를 곱씹게 됩니다. 어머님의 의도를 충분히 알면서도 서운하게 느끼는 감정이 드는 걸 보면.


이렇게 말 한마디에도 속상하고, 내 눈앞에서 나를 도와주는 남편은 당연하고, 아이는 짠하게 느껴지는 것도 지금의 상황 탓을 해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깁스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나란 사람이 옹졸한 마음이 있다는 것도 다시금 알게 되었고, 아주 이기적이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

-하은 (아프고 화나고 미안해)

하은 아프고 화나고 미안해 (가사 첨부)



클로징

상황은 화난 게 아닙니다. 제가 화남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상황은 짠한 게 아닙니다. 제가 아이를 보는 시선에 짠함을 더 했을 뿐입니다.

이 모든 걸 제가 선택한 것입니다. 내일부터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하겠죠?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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