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나를 반기지 않는 사람은 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 싶은 생각에 모른 척 다가가지만 달갑게 여기지 않는 마음을 확인하면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 뒤에는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사람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반기지 않는 사람을 대하겠지요.

저는 오늘 그냥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음악

-디셈버 (가만히 눈을 감고)

DK(디셈버) - 가만히 눈을 감고 / Kpop / Lyrics / 가사



사연

3년 차에 접어든 독서모임에 참여 중입니다. 편독이 심하다는 걸 알고 나서 내 의지로는 절대로 읽지 않을 책도 억지로라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또래이고, 아이들도 비슷한 또래로 키우고 있는 같은 아파트 단지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단 한 분만 빼고.

이분은 저희보다 10살 이상 나이가 많고, 아이도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셨다고 합니다. 첫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면서 좋아하는 책 분야나 읽지 않는 분야의 책을 말씀하시면서 "나는 아이가 다 커서 자녀 양육서는 안 읽어요. 그러니 자녀 양육서는 피해서 선정해요."라고 하셨습니다. 단정적인 어투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매달 독서 모임을 하는데 그분 저를 엄청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하시는 말투와 저에게 하시는 말투가 확연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고, 책 선정할 때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선정을 하는데, 제가 읽은 책들이 많아서 다른 회원들이 물으면 간략하게 리뷰를 해주는 말에도 토를 달면서 불편하게 하셨습니다.

"OO 씨는 시간이 엄청 많은가 봐. 안 읽은 책이 없네."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많아서 책을 많이 읽는다? 납득이 안 되는 논리였습니다.

재택 근무지만 일을 하고 있고,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 시간이 많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애써 기분 나쁜 걸 감추고, "저도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려고 새벽에 일어나고, 주말에 몰아 읽는 것도 있고, 책은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짬짬이 읽어요."라고 굳이 하지도 될 변명을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상황이 거슬렸습니다.

그 뒤에도 시비를 거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냥 웃고 넘겨 버리고, 아예 자리도 멀찍이 떨어져 앉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오늘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었는데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OO 씨, 이 책 읽었어?"라고 하시면서 신간을 들어 보이셨습니다. "아니요, 안 읽었는데요."라고 하니, "OO씨도 안 읽은 책이 있네. 왜 안 읽었을까? 나도 읽은 책을 OO 씨가 읽지 않았다는 게 의외인데. OO 씨는 밥도 안 먹고 책만 읽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라고 하시는데 말한 의도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분명 말투는 비아냥 거림이 가득한데. 아주 짧은 시간에 따져 물어야 하나? 참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옆에 있던 분의 표정을 봤습니다. 그분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참으라는 무언의 행동이셨죠.

그래서 그분을 보고 저도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따져버릴 거 같아서 이를 악 물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읽은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집에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남편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 듣고 나서 남편이 "잘 참았어. 그분은 본인보다 어린 자기가 거슬려서 시비 건 거야. 근데 무대응가 그분이 가장 화가 날 방법일 거야, "라고 하면서 위로를 해줬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해서 전부 지성은 아닌가 봅니다. 책에서 나온 것을 전부 실천할 수는 없지만 나쁜 건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분들도 계신가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눈을 질끈 감고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이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

-추영우 (안녕)

[Lyric Video] 추영우 - 안녕 (견우와 선녀 OST Part 3)|리릭비디오|Stone Music Playlist



클로징

다름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한데 가끔은 걸어오는 시비에는 속수무책입니다. 그런 무례한 사람들과는 안녕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습니다. 오늘처럼 눈을 감아버리는 행동을 바로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은 건 너무 큰 희망사항이겠죠.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은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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