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 효과는 한참 후에 온다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아플 때 약을 먹으면 빠르게 호전됩니다. 아플 때 먹는 약과는 다르게 비타민은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챙겨 먹는 거 자체가 힘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잘 챙겨야 하는 게 건강일지도 모릅니다.



음악

-포맨 (아프지 말아요)

포맨(4men) - 아프지 말아요



사연

아이가 또래보다 먹는 양이 많이 적다는 걸 알고도, 때가 되면 잘 먹겠지 싶어서 한참을 그냥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원래 또래보다 키가 큰 편이라서 키부심이 있던 아이였습니다. 3학년 때 10cm 이상 차이가 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엄마가 너무 먹어서 살이 많이 찔까 봐 걱정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먹는 거에 비하면 키는 안 크는 편이라고. 그런 친구가 4학년 올라갈 때 만났는데 딸과 키 차이가 고작 2~3cm 정도 나 보였습니다. 1년 동안 그 친구는 많이 먹고 키가 쑥쑥 컸고, 딸은 안 먹어서 안 컸다 생각하니 화가 났습니다.


그 뒤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밥은 안 먹어도 다른 영양소를 공급해야겠다 싶어서 공부를 했습니다. 약사 친구에도 물어보고 최종적으로 유산균, 홍삼, 꿀, 아연, 견과류 그리고 종합 비타민까지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한다는 게 철칙이기에 아침 식사 전에 유산균을 먹고, 나머지 5종은 밥을 먹고 꼭 먹고 학교에 가게 했습니다. 홍삼과 꿀은 스틱으로 포장되어 있는 걸로 한포씩 주었는데 먹기 힘들어했습니다.

저도 홍삼 냄새가 역해서 먹지를 못하는데 아이는 오죽했겠습니까? 그래도 먹으라 했습니다.

이렇게라도 먹어야 성장기에 연료 공급이 된다고, 연료가 없으면 키도 안 크고, 공부하는데 체력도 기를 수 없다고 협박했습니다.


쓰디쓴 홍삼 스틱을 먹을 때는 '욱'하며 역해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먹여야 하는 게 맞나?' 싶어 매일매일 시험에 들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거라도 먹여야 한다는 영양을 중시하는 엄마와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굳이 먹여야 하는 건가 의심하는 엄마가 늘 부딪쳤지만 홍삼을 먹이는 엄마가 이겼습니다. 지금은 키가 크다 하지만 먹는 양이 너무 적어 영양 공급이 되지 않아 키가 안 크면 억울할 듯싶었습니다. 살은 언제고 의지만 있으면 뺄 수 있지만 키는 성장기에 크지 않으면 평생 작은 키로 살아야 한다고 아이에게 반협박을 하면서 매일 아침 먹게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효과가 아니기에 아이는 늘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먹지 않아도 자기 반에서는 자기보다 큰 친구가 없기에 엄마를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매일 코를 막고 먹는 홍삼이 얼마나 싫었을까 싶지만, 엄마이기에 그런 아이의 마음은 외면했습니다.


유산균을 비롯한 다른 것들이 키가 크는 데는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성장기이기에 키가 크고 있는데 드라마틱하게 1년에 10cm 이상씩 크는 것도 아니고, 평균적으로 크고 있습니다. 6학년에 올라가는 이 시점에서 162cm 정도 되니 나쁘지는 않다 생각합니다.

홍삼과 비타민의 효과는 다른 곳에서 봤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콧물을 훌쩍이거나 기침을 자주 했는데 홍삼을 장기간 복용하면서 그런 증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겨울이 되면 감기 증상이 심하지는 않지만, 콧물과 기침이 오래가는 편이었는데 그 증상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1년 넘게 먹인 홍삼과 꿀이 이제야 효과를 봅니다. 겨울의 중간인 현재까지 감기를 걸리지 않아 콧물과 기침으로 고생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아이가 아침마다 먹은 홍삼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하면 저도, 아이도 많이 억울했을 듯합니다.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먹인 건 아니지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고 감사할 일입니다.


아이는 여전히 홍삼을 먹는 건 힘들어하지만 '정말 약이다' 생각하고 먹으라 하고 있습니다. 면역력 강화를 시켜주며, 체력이 뒷받침해줘야 할 시기에 반드시 효과를 볼 거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음악

-이기찬 (감기)

이기찬 - 감기 / 가사



클로징

이런 걸 보면 저도 비타민을 복용해야 싶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아픈 곳이 없지만, 건강할 때 챙겨두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이가 먹는 홍삼은 자신 없지만 알약은 먹을 수 있으니까요. 내 몸을 챙기는 것이 다른 가족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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