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나도 한 때는"이라는 말을 한다는 건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걸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가 만족스러우면 과거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현재가 너무도 불만족스러우면 과거의 행복했던 시점, 잘 나가던 시점을 떠올리며 말한다고 합니다. 진짜 그런 듯 싶네요.
음악
-박지윤 (환상)
사연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하면 그 어느 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미 다 가졌기에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반대로 현재가 너무도 힘들다면 잘 나가던 과거가 저절로 생각이 납니다. "나도 한 때는 남부러울 일이 없었다."로 시작되는 말은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오직 지금의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 뿐입니다. 과거의 영광은 과거에 남겨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입 밖으로 꺼낸 순간 나의 초라함이 부각될 뿐입니다.
철없던 시절에는 남들 앞에서 과거의 영광을 말하는 게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어리석음의 극치를 달렸던 거죠. 과거에 그런 영광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텐데, 마치 저만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 마냥 떠들어 대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쥐구멍을 찾고 싶어 집니다. 세상 물정 모르던 아이였다고 말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
그게 부끄럽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되도록이면 지나간 무용담은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당사자인 저는 자랑스럽고,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지만 듣고 있는 사람들은 공감이나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소음과 같은 이야기를 억지 리액션을 해가면서 듣고 있고 있다 생각하니 그것도 할 짓이 못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가족과는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저의 찬란했던 과거뿐 아니라 정말 숨기고 싶은 찌질한 역사마저도 모두 알고 있으니 추억 여행을 마음껏 해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것도 원가족에서만 허용되는 범위에서만 이라고 한정을 짓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일수록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현실 도피라고도 합니다. 과거로 가서라도 자신의 영광을 찾고 싶어 하는 심리 상태가 불안정함의 증상이라고도 합니다.
저를 보면 맞습니다. 현실이 괴로우면 자꾸 과거로 도망칩니다. 가장 찬란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로. 한참을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공허함이 더 큽니다. 과거와 현재의 괴리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을 경험하고 나서, 정말 힘들어도 과거 생각은 의도적으로 피합니다. 아무런 힘이 없는 과거를 생각한다는 건 저를 더 무기력하게 만드는 방법일 뿐입니다.
"엄마가 전에도 말했지? 뒤돌아 보지 말라고. 해결할 방법은 뒤에 없어. 늘 앞에 있어. 인생은, 그런 거야."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연진이 엄마가 연진이한테 해준 말이 정확히 맞아요.
문제가 생기면 뒤를 보지 않고, 앞을 봐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라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과거는 과거로 두고, 라떼는 혼자 마셔야 합니다.
음악
-이적 (걱정말아요)
이적 - 걱정말아요 그대 [응답하라 1988 OST] [가사/Lyrics]
클로징
뒤돌아봐도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 동안 충분히 아파하고, 외로워도 봤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연진이 엄마가 해준 말대로 앞을 보고 수습하겠습니다. 우리의 삶이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가 행복해질 방법 하나씩은 가지고 있길 바랍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