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의 의도는 백이면 백 모두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내 아이가 안 되길 바라겠습니까? 그런 의도는 아이에게 닿지 않습니다. 아이는 아직 살아보지 않은 세상이 무섭거나 두렵지 않습니다. 지금 엄마가 하는 잔소리가 더 두렵습니다. 그걸 알지만 하는 것이 잔소리입니다. 오늘도 동상이몽이었습니다.
음악
-아이유 (잔소리)
아이유(IU) - 잔소리 (With 임슬옹 of 2AM) [가사/Lyrics]
사연
방학이라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방학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데 눈만 마주치면 잔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분명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알차고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데 엄마인 저는 조금 더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욕심을 부립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행동을 보여주는 것처럼 아침 10시 일어나서 엄마가 차려 놓고 가신 밥상에 있는 밥을 반을 덜어서 늦은 아침을 먹고, 다시 밥상보를 덮어둡니다. 그 뒤 나왔던 이불속으로 다시 들어가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서도 배부르고 등이 따시니 다시 스스륵 잠이 들고, 일어나서 다시 책을 보고, 3시가 넘어가면 밥상보를 걷어 남은 밥을 점심으로 먹고, 그때부터 엄마가 풀라고 하셨던 문제집을 풉니다. 전 과목이 한꺼번에 다 나와 있는 문제집을 풀고, 방학숙제인 탐구생활 2페이지를 읽으면서도 어떻게 답을 써야 하지를 1시간 넘게 고민하다 보면 밖은 어두워집니다. 7시가 넘으면 엄마와 아빠가 오셔서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재잘재잘 거리다 12시 넘어서 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랬던 저의 모습과 비교하면 아이는 너무도 모범적입니다. 방학 전 계획을 세우는데 3일 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과 학습할 시간을 야무지게 집어넣어 놓고, 그대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거 보면 잔소리를 해서는 안되는데 엄마라서, 엄마니까 잔소리가 쉴 새 없이 나옵니다. 알아서 두면 더 잘할 걸 알면서도 "만약에... 혹시나... 그럴까 봐..."의 염려병이 돋는 엄마는 잔소리 폭격을 합니다. 그 잔소리는 하는 제가 들어봐도 어이가 없기는 합니다. 아이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지만 한마디라도 하면 "엄마한테 대들어?"라고 하면서 더 길어질 것을 알기에 하고 싶은 말을 삼키는 것도 압니다.
잔소리를 하고 나서는 언제나 후회가 밀려옵니다. 잔소리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아는데 그냥 했던 걸 알기에 혼자서 머리를 콩콩 쥐어박습니다. 이미 했던 일에 대한 후회이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죠.
오늘 소아정신과 교수님께서 찍어 놓으신 영상을 봤습니다. 잔소리를 하는 엄마의 내면을 보라고, 그 내면에는 아이에 대한 걱정보다 엄마 자신에 대한 불안이나 불만족이 채워져 있는 건 아닌지.
헉!!!!!
맞습니다.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지금의 제 상황에 불만족스럽고,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 불안감을 아이에게 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분명 아이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있었으면서 나보다 약하다는 걸 알고 공격을 했습니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잔소리라고 포장을 해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단지 먼저 태어나서 먼저 살아봤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에게는 다 아는 척을 합니다. 그리고 내가 신도 아니면서 내 말을 안 들으면 너는 벌을 받는다고 협박도 합니다. 내 인생의 전부라고 여기고, 내 우주라고 생각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에게 말입니다.
분명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생각한들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합니다. 내일부터는 잔소리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나의 불안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닌지 다시 검열을 해보자고. 이 검열만 피하면 우리 집은 평온할 거 확실합니다.
음악
-옥상달빛 (나의 전부)
옥상달빛 - 나의 전부 (천국보다 아름다운 OST) [가사/Lyrics]
클로징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말 억울했을 듯합니다. 분명 잔소리 들을만한 상황이나 행동이 아니었는데 엄마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그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겠네요. 엄마가 불안해서 그랬던 거라고. 앞으로는 엄마가 기분이 태도가 되는 상황은 줄여보겠다고 꼭 말하고 잠들어야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