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되고 있나요? 아니면 매일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나요?
우리는 같은 날을 살고 있는 듯 하지만, 매일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땠나요?
음악
-김종국 (어제보다 오늘 더)
사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일들을 하며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많은 걸 경험합니다.
그 반복됨이 얼마나 감사한지는 큰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저는 최근에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도 사러 갈 수 없고, 씻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재택근무이기에 출, 퇴근의 어려움은 비껴나갈 수 있었습니다.
무탈한 일상들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평소에 알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다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가 봅니다. 사람까지 확장을 시키지 않아도 저는 그렇습니다.
신경 쓸 일이 많다고 징징댔던 일상이 몸이 불편해보니 내 마음대로 갈 수 있었던 날들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알게 되었고, 잠자리에 들면 30분 이상을 뒤척여도 편히 잘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소중합니다.
제가 불편한 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 모두가 하지 않아도 되는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도 집안일은 잘 도와주던 남편이지만 지금은 거의 아바타 수준이 되어 제가 말을 하면 퇴근 후에 다시 출근하는 집사처럼 움직이고, 아이도 방학이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저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족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지 않고, 1인 가구로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입원을 했을 수도 있고, 올해로 일흔이 되신 엄마가 오셔서 남편과 아이가 하는 일을 모두 해주고 계셨을지도 모릅니다.
남편과 아이가 도와주고 있음에도 저희 엄마는 오고 싶어 하십니다. 당신의 손으로 밥이라도 차려주고 싶으신 마음에 매일 오신다고 하시지만, 저는 엄마가 오시면 잠시도 가만히 계시지 않고, 온갖 집안일을 하실 거라는 걸 알기에 극구 만류 중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느끼라고 저에게 이런 부상을 입게 하신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종교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끌린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제가 깁스를 했다고 하니 대부분의 지인들이 겨울이라 다행이라고 하십니다. 여름에는 가렵고, 땀 차고, 냄새나는 것들로 더 힘들다고 하시면서 본인들 또는 본인들의 지인의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위로를 해주십니다. 듣고 있으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입니다.
일어나는 일들은 아무 감정이 없는 현상들입니다. 그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의미부여를 하면서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좋은 일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다리를 다친 것은 불편하지만 나의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는 기회를 주신 거라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를 다시 느끼며 건강에 신경 쓰라고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그 흔한 종합 비타민 한 알 먹지 않고 지내는 저로써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평생 잘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를 알게 된 계기였으니까요.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잊지 않겠습니다.
음악
-이승환 (가족)
클로징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화장실청소를 하고, 분리수거까지 해준 남편과 방학이지만 학교 갈 때보다 더 일찍 나가서 엄마의 커피를 사다 준 딸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이런 가족이 있어 제가 얼마나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를 새삼 느낍니다.
가진 게 많은 사람으로 불평, 불만은 사치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하는데 사실, 그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제가 순간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순간순간 잘 잊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보니까요.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