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용서: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사전에서는 명확하게 한 줄로 정의되어 있는데 우리의 삶에서는 사전적 의미처럼 행동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용서라는 단어가 참 무겁게 느껴집니다. 받기도 힘들고, 하기도 힘든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아직은 용서받을 일도, 용서할 일도 많이 남아서 더 그렇습니다.
음악
-크러쉬 (미안해 미워해 사랑해)
Crush (크러쉬) - 미안해 미워해 사랑해 [눈물의 여왕 OST] [가사/Lyrics]
사연
눈물 흘리는 것마저 예쁜 손예진이 손에서 피가 나도 멋있는 정우성에게 한 말입니다.
"용서는 있잖아, 힘든 게 아니야. 용서는 마음속에 방한칸만 내주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영화 '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장면이 가끔 생각이 납니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걸 알고, 화가 나고, 의도를 계속 곱씹으면서 분노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용서라는 건 구하는 사람의 의도가 아닌 하는 자의 의도가 중요합니다. 마음의 그릇이 간장종지보다도 작은 저는 쉽게 용서를 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용서하는 척합니다. 제 마음은 용서하지 못했음이 분명한데 저를 화나게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주변인들이 저와 상대로 인해 불편해하는 모습이 불편해서 그저 그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결국 사달이 납니다. 내가 용서를 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을 대하는 걸 알게 모르게 티가 나고, 상대가 그걸 느끼면 작은 불씨에도 그 상대와는 또 부딪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주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용서를 하는 게 맞는데 그게 저는 쉽지가 않네요.
예쁜 손예진이 말했던 것처럼, 마음속에 방한칸만 내주면 되는 거라는데 저는 방한칸은커녕 송곳하나 꽂을 여유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내 마음이 아팠던 만큼 상대도 똑같이 아프길 바라고, 내가 운만큼 상대도 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거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유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네요.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기다 보면 더 옹졸해지고, 더 치졸한 모습도 보이기도 합니다. 용서라는 건 더욱 하기 힘들어지고, 미움이 더 커집니다.
정작 저에게 상처 준 사람은 제가 이런 마음으로 사는지도 모르는데. 저만 힘들어할 뿐이죠. 그걸 자각하게 되면 현타가 옵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선택했을까?라는 생각까지 더 해져서.
분명 부모죽인 원수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미워할 일인가 싶은 생각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들지만, 이해하려고 들면 완전히 이해 못 할 일도 아닌 게 되어 버립니다. 내가 마음만 돌려 먹으면 되는 것들이라면 빨리 돌려버리는 게 여러 사람에게, 특히 나 자신에게 가장 좋은 일인데 쉽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잊은 줄 알았는데 3년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먼저 의절까지 한 상대가.
시간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는데 미움이라는 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되었고, 그 감정이 나를 잡아먹을 정도로 압도되어 없던 병도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 사람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곱씹은 일만 하지 말자고 마음먹고 외면 중입니다. 생각날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려 했고, 다른 행동을 서둘러했습니다. 있던 장소를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 최선의 노력이었습니다. 그렇게 용서를 하지 못한 채 나를 괴롭히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서도 용서를 못하는 제가 한심하지만 용서도 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그저 그렇게 두기로 했습니다. 방 한 칸을 내어줄 수 없는 채로, 나를 괴롭히면서도 그냥 그렇게 두는 것이 최선입니다.
저에게는 사전에 한 줄로 정의된 용서는 아무 힘도 없습니다. 그저 사전적 의미일 뿐입니다. 나를 괴롭힌다고
해서 그 사람을 용서하는 것보다 덜 괴롭다는 걸 알고 있어서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이 언제 후회로 밀려올지는 알지 못 하지만,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음악
-신해철 (나에게 쓰는 편지)
클로징
성인이 아닌 제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적도 있지만 다른 방법을 선택하고 행할 자신이 없습니다. 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제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아주 잘 지내고 있겠지만요.
이런 거 보면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전래동화는 동화일 뿐인 듯합니다. 저의 이야기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아니네요.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