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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Apr 05. 2023

비를 싫어하는 아이

365일 가방에 우산 넣고 다니는 아이

비가 온다.

비가 오는 걸 싫어하는 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보에도 없던 비가 왔다.

비가 오면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와서 데려가는데 그 아이는 엄마가 올 수 없다.

엄마가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어서 올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다른 친구들이 부러운 건 어린 마음에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모자를 눌러쓰고 운동장 한가운데를 뛰어간다.


집에 와도 아무도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아이를 반기는 건 어둠뿐이다.

비를 맞아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하다.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이불을 덮고 눕는다.

평소에는 엄마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오늘 엄마가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은 든다.

고작 8살인 아이니까.

혼자서 서럽게 운다.

그렇게 울고 있어도 아무도 왜 우냐고 물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울다 지쳐서 잠든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이마에 누군가의 손이 얹히는 느낌이 든다.

엄마다.

외투도 벗지 않은 채 누워 있는 아이부터 살펴보신 거다.

그런 엄마를 보자 아이는 또 울어버린다.

엄마는 우는 아이를 보고 놀라셨지만 애써 침착해하시며 아이를 와락 켜 앉는다.

아이는 엄마 품에서 한참을 운다.


엄마는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시다 눈물을 그치고 나서야 이유를 물어본다.

아이는 엄마가 반가워서 울었다고 얼버무린다.

어린 마음에 사실대로 말하면 엄마가 마음이 아플 거라는 건 눈치로 알고 있으니까.


저녁을 먹으면서 비가 왔는데 어떻게 왔냐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친구랑 같이 우산을 쓰고 왔다고 또 거짓말을 한다.

그게 엄마를 위한 거라 생각하면서.


아이는 엄마에게 작은 우산 하나를 챙겨 달라고 하고 가방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 우산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해가 쨍한  많은 날들에도

그 가방 속에서 아이와 함께 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도

엄마가 오지 않아도 혼자서 비를 맞고 싶지 않아서.


엄마가 일부러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지만

다른 아이들이 엄마랑 함께 가는 모습이 싫어서

아이는 비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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