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쿠나 마타타 May 18. 2023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아도 괜찮아

다시 시작할 나에게

자주 보는 유튜버의 2년 전 영상을 봤다.

아이의 성장만 바라보지 말고, 엄마의 성장도 이뤄내야 한다며 뭐라도 당장 시작하라는 영상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그 시기에도 그 영상을 보고

'그래, 뭐라도 시작해야지.'라고 다짐을 했을 나였을 것이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어느 것도 이뤄 낸 것이 없다.

그저 시간만 보냈고, 나이만 먹었다.

그에 반해 그 유튜버는 2년 동안 엄청난 성장을 했다.

단순히 독자수가 늘어서 채널이 커진 거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많은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물에 나는 그저 감탄만 하는 사람일 뿐.

누군가의 2년은 인생의 2막이 열린 것처럼 활짝 핀 봄날을 맞이하는 기간이었고,

나의 2년은 그저 시간만 보낸 아까운 시기였다.

그게 참 슬프다.


코로나로 인해 무기력한 일상을 보냈던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진다.

그저 상황 탓만 하면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낸 것이 2년이 지났다는 사실에 머리를 땅에 박고 싶어 진다.

그러고 나서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머리를 박을 수 있는 절박한 심정이다.

10분 남짓한 영상을 보면서 후회와 자책을 한 참했다.


그렇게 또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그런데 후회와 자책의 끝에서 나의 짠한 모습을 봤다.

그 어느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뭐라도 해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꾸역꾸역 무언가를 하고 있던 나였다.

그저 시간만 보낸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 유튜버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을 뿐,

나의 시간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라는 불안과 걱정 속에서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잘 지냈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서 부모에서 학부모가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을 쉬지 않고 계속하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나름 유의미함을 찾아보려고 애쓰다 보니 보였다.


나를 궁지로 몰아넣고 비난을 하기보다는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

"괜찮다. 괜찮다. 안 괜찮아도 괜찮다."라고

나는 아직 살아있고, 나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40대를 보내고 있다고.

지나간 시간에 후회를 할 시간에

앞으로 다가 올 시간에 충실하자.

실수는 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나에게 관대해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란 사람을 내가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하니깐.


하늘이 흐리지만 마음만은 뽀송한 날이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비를 싫어하는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