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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다해 Jan 14. 2021

마흔에는 ‘이것’마저 흔들린다

도대체 마흔이 뭐길래

키 175cm, 몸무게 62kg. 나의 바디 프로필은 임신, 출산기를 빼면 지난 2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왔다. 결혼 전에는 매일 두 세 시간씩 운동을 했고 결혼 후에는 아이 셋을 낳고 키우며 살찔 틈 없이 바쁘게 살았다. 남들은 임신하면 몸무게가 10, 20kg씩 찐다는데, 성격만큼 몸도 별스러운지 심한 입덧으로 나는 오히려 10kg씩 체중이 빠졌다가 막달즘 되면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니 정말 지난 20년 간 그 아래로는 몰라도 62kg 위로는 별로 올라가 볼 일이 없었다.


20대 시절의 나. 하루에 두 세 시간씩 벨리댄스 하던 시절

작년부터였나... 그러던 나의 체중계 눈금이 하나씩 슬금슬금 위로 올라가지 시작했다. '처음엔 아 오늘 저녁을 좀 많이 먹어서 그런가', '며칠 연속 야식을 많이 먹긴 했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보통은 이러다 좀 지나면 다시 자연스럽게 원래 내 몸무게로 돌아오니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몸무게가 큰 변화가 없으니 사실 체중계에 자주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바지가 왜 이렇게 빡빡하게 느껴지는지.... 건조기를 써서 옷이 다 줄었나 싶었다. 그 날 저녁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어머나!’ 체중계는 내 생애 최고의 몸무게를 보여주며 앞자리가 바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었다.


오랜만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뭔가 큰 변화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몸의 곡선이 둥글둥글 해진 게 낯설어 보였다. 배도 도톰하게 나오고, 엉덩이 밑에 살도 불룩 튀어나온 것이 확실히 살이 찌긴 찐 것 같다. 평생 납작한 배를 가졌던 나는 애 셋 낳고도 배가 안 나오는 ‘체질’인가 보라며 자랑하며 살았는데, 이제 그 얄미운 자랑질도 못하게 생겼다. 남편에게 나 좀 보라고 살쪘다고 말하니, 이제야 사람 몸 같다며 보기 좋단다.


친하게 지내던 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은주 씨, 마흔이 되면 정말 몸이 확 바뀐다아~ 여기저기 아프기도 하고, 아무튼 갑자기 늙는 게 확 느껴져. 살도 막 두덕두덕 붙고 그러더라고."


언니가 말하던 마흔에 붙는 나잇살이라는 게 이런 건가...


하기야 살찌기 전에도 몸무게는 62kg로 20년이 같았지만 사실 20대 시절과 비교하면 옷은 확실히 사이즈가 커졌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딱 맞는 옷이 불편해 큼지막하게 입는 것도 있었지만, 예전보다는 부피가 확실히 늘었다. 같은 무게의 지방이 근육에 비해 부피가 크니 20대 시절보단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어서 일 것 이리라. 거기다 체중까지 늘었으니 그 옷들에 늘어난 살들이 비집고 들어갈 빈틈이 있을 리가 없다.

마흔... 20년 유지하던 몸무게 마저 흔들리는 걸 보니 이제 진짜 중년 아줌마가 되었나 보다. 이제 몸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이제 몸에 죄 그만 짓고 좋은 음식 먹고 규칙적인 생활하고 운동 열심히 하세요. 아이 셋도 낳으셨고 이제 더 이상 이팔청춘이 아니십니다." 하고 말이다. 춥다는 핑계로 움츠리고만 있던 몸을 이제 정말 움직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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