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동요 암송 공부를 할 줄이야...
큰 아이가 6~7개월쯤 되었을 때 처음 도서관 베이비 스토리 타임 시간에 찾아가 보았다. 베이비 스토리 타임이 뭘까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업장소에 도착했다. 시간이 되자 밝게 웃으며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 다 함께 Open shut them으로 시작해 볼까요?"
반주 음악도 없이 엄마들 모두 입을 모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곤지곤지 잼잼이나 짝짜꿍 짝짜꿍처럼 그냥 음의 높낮이는 별로 없고 리듬만 있는 그런 것이었다.
" Open shut them, Open shut them give a little clapclapclap(박수 박수 박수)!!!"
모두 아기들을 바라보며 함께 노래하는데, 나는 커다란 눈만 껌뻑이며 입가엔 어색한 미소만 띤 채 아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 이어지는 노래들도 '떴다 떴다 비행기'나 '나비야'같은 노래들이었는데, 나이 서른에 미국에 같으니 미국 동요라고는 아는 게 있을 리 없었다.
스토리 타임은 30분 내내 엄마들의 노래와 율동으로 채워졌다. 노래를 모르는 나는 율동이라도 따라 비슷하게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눈치껏 선생님과 옆에 엄마들을 살피며 애를 썼다. 이게 엄마인 나의 율동 타임으로 온 건지 아이 스토리 타임으로 온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유색인종이라고는 나하고 아이밖에 없는 공간에서 '몰라서' 입도 뻥끗 못하고 있으니 자꾸 얼굴이 달아올랐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냅다 어린이 코너로 가서 동요(Baby Nursery Rhyme) 책과 CD를 잔뜩 빌려 집으로 왔다. 다음 주엔 노래 한 소절이라도 따라 하겠다는 마음으로 CD를 들으며 책에 나온 동요 가사를 외웠다. 워낙 짧은 노래 여러 개를 했더니 무슨 노래였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어떤 노래는 가사를 알아듣지도 못해서 찾는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시간에 한 동요를 열심히 공부해 갔더니, 이번 주엔 레파토리가 달라져 있는게 아닌가!!!
한 두 달 정도 고생 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스토리 타임에서 하는 대부분의 동요와 율동을 익힐 수 있었다. 집에서도 아이한테 자주 불러주고, 율동도 보여주곤 했다. 이 때 배운 동요들은 그 후로 참여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이나 프리스쿨이나 킨더가든 가서 요긴하게 잘 써먹었다.
미국 도서관에는 어린아이들부터 시작해 성인, 노인 분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참 많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가면 집 근처에 갈 만한 도서관이 어디 어디 있는지 확인해 보곤 했다 .(나는 미국에서 이사를 7번 했다. ) 좋은 도서관의 어린이 코너에는 레고 테이블이나 퍼즐 놀이, 색칠공부, 크레용, 보드게임 등이 비치되어 있어 꼭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책도 보고 놀이도 하며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비가 오거나 날이 너무 뜨거워 바깥에 나가기 힘든 날엔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도 보고, 퍼즐도 하고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만 실행되는 컴퓨터에서 공부(?)도 하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1. Kids bingo
아이들과 함께하는 빙고 시간! 우리나라처럼 숫자를 자기가 써서 하는 게 아니고 선생님께서 숫자가 적힌 보드를 나눠 주신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bingo wheel을 돌려 나온 숫자를 하나씩 불러 주신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옆에서 구경하는 어른들도 꽤 재미있다. 빙고를 가장 먼저 외친 사람에게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2. parachut playtime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었다. 큰 천(parachut, 낙하산) 아래 아이들을 들어가게도 해주고 확 내려 덮기도 하고 올리기도 한다. 종종 엄마들도 동원되어 아이들을 덮어주고 펄럭거리기도 하고 같이 방방 뛰기도 했는데, 엄마들이 더 신난 것처럼 보이던 건 내 착각이었겠지?
3. dogs in the liabrary
아이들이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강아지는 아이에게 틀렸다고 뭐라고 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줄 뿐이라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강아지는 심리 치료 등을 위해 훈련된 강아지가 방문한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스토리 타임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괜한 걱정 일지 몰라도 아무리 훈련된 강아지 고양이라도 아이들에게 치여 힘들지 않을까 싶어 자주 가던 프로그램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