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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그림 Jun 03. 2020

5월 <일상의 순간>의 그림 이야기

싱그러운 초록과 놀이터, 고여있는 밤하늘



싱그러운 초록과 놀이터, 고여있는 밤하늘




왼쪽 부터 <정글짐 아래에 고인 밤하늘>,<회전무대 주위에 흩어진 밤하늘>,<밤하늘이 고인 웅덩이에서 꺼낸 달>






푸르른 5월의  주제는 싱그러운 초록과 놀이터 그리고 고여있는 밤하늘 입니다.


추운 계절이 지나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물들어 가는 계절이에요.

이번 5월의 시리즈는 그런 싱그러운 초록빛을 담고 싶었어요.


새싹이 자라는 계절이라 그런지, 요즘은 비가 꽤 자주 내려서 바닥에 물 웅덩이가 고여있는걸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 웅덩이를 볼때 마다 파란 하늘이 비쳐 보이는걸 몇번이나 들여다보게 되더라구요.

몇번씩이나 들여다 보는 웅덩이에 비치는 파란  낮의 하늘이 어딘가 밤의 하늘과도 같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그런 생각들을 여러번 반복하고서야 이번 그림의 시리즈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그림들은 소재뿐만 아니라 연작의 느낌으로 그려보았어요.

밤새 놀이터로 내려왔던 달이 정글짐 사이에 끼어버렸고, 나오기 위해 물웅덩이에 들어갔다가 회전무대 주위에서 발견되고, 구름사다리에 매달린 소녀로 인해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된 이야기에요.


물 웅덩이는 각기 다른 곳에 고여있지만 서로 연결된 통로 라는 느낌으로 구상했어요. 그래서 달이 웅덩이를 통해 갖힌 곳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 해준 연결통로에요.


수면에 비치는 걸 그리는건 좋아하는 소재에요. 거울과 같이 사물을 비치지만 수면의 특성 때문인지 어딘가 축축하게 보이는 모습을 그리는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재밌어요.

이번 그림에서도 한낮에도 은은하게 빛나는 달이 비치는 수면을 그리면서 다른 모습의 달을 그려볼 수 있었던 작업들이었어요.






5월 그림의 배경은 잔디밭 위의 놀이터에요. 정글짐, 회전무대, 구름사다리... 전부 어릴때 좋아했던 놀이기구들이에요.

어렸을때 높은 곳에 올라가서 친구들이랑 놀았었어요. 어릴때부터 겁이 많았던 저라서, 정글짐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그림과 같이 구름 사다리에 거꾸로 매달려 본적도 없지만, 중간까지만이라도 올라가 앉아있는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싱그러운 날씨이고 5월에는 이벤트도 많은 달이어서 신나게 놀았던 생각이 들어서 놀이터를 배경으로 그려보았어요.

요즘은 외출을 자제해야하는 때라서 풋풋한 날씨들을 볼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싱그럽고 푸릇푸릇함을 한껏 담아보려고 했어요.







그림속에 각각 배경에 같이 등장하는 식물들도 다르게 그려보았어요.

넝쿨담쟁이와 냉이꽃, 토끼풀, 나팔꽃... 마지막의 나팔꽃은 5월의 그림에 등장하기에는 조금 이르게 피었네요.

그리고 싶어서 그리고 나서 밖을 보니 나팔꽃이 피기엔 너무 이른 시기라는걸 조금 늦게 알아차렸어요.

계절감을 중요시해서 작업하고 싶었는데, 여름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게 그림에서 나타났네요.





앞선 두그림과 달리 세번째 그림에서는 거꾸로 메달려 있는 자세를 그려야했는데, 그리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이렇게 거꾸로 있는 모습을 지금의 그림체로 그려보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그려야 자연스럽게 보일까 생각하며, 이렇게도 그려보고 다르게도 그려보고, 여러번 지웠다가 그리기를 반복해서 겨우 스케치를 했어요. 모든 머리가 밑으로 쏟아져 내려야 했는데, 앞머리 몇가닥을 내리지 말고 조금은 남겨둘까  약간 고민했지만 그렇게 그렸으면 단단하게 고정되어있는 앞머리를 볼때 마다 왠지 저절로 웃음이 나올것 같은 생각에 모든 머리를 밑으로 내려서 그리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그리지 않은게 다행인 것 같아요.











5월의 그림들은 요즘의 풋풋한 날씨를 한껏 담아보려고 했던 한달이었어요.

그리고 한달 동안에 노란 치즈 고양이와 함께 했어요. 고양이들은 어떤 색의 어떤 무늬도 다 잘어울리지만 노란 고양이는 가장 기본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매달 좋아하는 소재들과 그리고 싶은 상상들을 더해 한달 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게, 생각도 고민도 많이 하게 되지만,

작업하면서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5월의 그림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해요. 6월의 그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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