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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엔 Dec 22. 2020

맛에 정답이 있나요?

사람 이야기 - 5. 나

 오랜만에 친구들이 우리 동네에 놀러 왔을 때 또는 출장차 타지에서 음식점을 갈 때도 우린 스마트폰을 켜서 블로그나 인별그램에 먼저 검색하며 온라인상으로 사전 답사하는 게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별점 4개!!

"우와 여기 되게 맛집인가 봐??" 나는 인별로 맛집을 찾았고 우리 일행은 내가 찾은 맛집으로 가기로 했다. 가서 1시간가량 웨이팅을 한 후, 음식이 나오기 전 가게 인테리어가 이뻐 서로 인생 샷을 찍으려 말없이 온통 카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자 이젠 음식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다 찍고 폭풍 식사를 한 뒤 인별그램에 업데이트를 하면 한 끼 알차게 먹은 게 된 거다. 역설적이게도 이과정에서 맛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날 내 옷과 인테리어 배경, 나온 음식과 어울리나 정도가 더 중요하다. 어찌 보면 일종의 조화로운 코스요리 같기도 한 이 과정을 우린 즐겼다.


 그러던 중 sns를 잠시 멀리 했었던 적이 있었다. 이유는 무언가를 즐기고 즐긴 것을 올리려고 시작했던 처음 취지와는 달리 무언가를 올리기 위해 남들이 즐겨하는 것, 부러워할 만한 것을 찾아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과감히 잠시 접기로 했다.


  sns를 쉬니 정말 할 게 없었다. 금단현상으로 카카오 채널을 3시간씩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할 때마다 sns가 나의 삶에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구나를 실감했다. 그렇게 초기엔 sns를 대신하여 다른 미디어를 마구 소비하는 삶에 적응할 때쯤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음식점... 배만 고프면 걱정이 앞섰다. '오늘은 뭘 먹지... 어디가 맛집이지?, 검색을 못하니 당최 알 수가 없네' 내가 뭘 먹고 싶은지도 모른 채 실패만 두려워하며 점심시간이 30분 정도 남을 때 난 아무 데나 들어갔고 거긴 한산한 뼈해장국 집이었다.  뼈해장국을 시킨 뒤 속으로 생각했다. '아... 망했다. 웨이팅은커녕 내부에 사람이 아무도 없네. 다시 sns 할까...'


해장국 나왔습니다.

'뭐지? 왜 맛있지??' 맛있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고기는 야들야들 촉촉했다. 근데 아까부터 머스터드소스 통이 거슬렸다. "이건 뭐예요?", "고기에 찍어먹는 거예요." 평소였으면 고추냉이가 아니라 머스터드를? 이란 생각으로 손도 안 뎄겠지만 난 이 집에 대한 선입견이 첫술을 먹고 깨진 터라 얼른 머스터드에 찍어 먹어봤다. '아니 고추냉이보다 맛있다!!!' 난 새로운 사실에 눈을 떴다. 


 2020년의 트렌드 컬러는 블루!

난 노란색과 연두색을 좋아한다. 호텔보단 북적북적한 게하가 좋고, 명품은 클래식한 걸로 한두 개 정도면 충분하고, 차는 외제차? 운전이 그냥 무섭다. 걷는 게 더 좋다. 술은 온니 소주! 와인은 별로... 드라이, 스위트 둘 다 싫다. 커피는 쓰고 산미 있는 거!, 스테이크는 안심보다 등심이 좋고 그마저도 웰던이 좋다. 참치는 느끼하고 삼겹은 냉삼..... 등등등 내 취향을 내가 하나하나 음미하며 알아냈다. 예전의 나였으면 비싸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걸 좋아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근데 난 소주가 맞다. 나를 알았다.


 그리고 다시 sns를 시작했고 나는 나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회에 초장을 찍어 먹는 사진을 올린 후 댓글에 '회는 간장이지 먹을 줄 모르네'를 보면서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블루보단 노란색과 연두색을 더 좋아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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