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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띵 Jul 08. 2024

팝업북 퍼포먼스 <몬몬읽기>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

 팔꿈치의 활동범위의 <몬몬읽기> 쇼케이스를 보면서정말 몇 번이고 눈물을 참아내다가(그러다 콧물만 주르륵..) 꼭 기록하고 싶어서 브런치를 다시 깔았다.


관람일시 : 2024.6.21(금) 13:00-13:45


 <몬몬읽기>는 관객과 퍼포머가 밀착된 팝업북 퍼포먼스로, 처음 경험해 본 공연 형태였다. 텍스트로만 접했을 때는 팝업북과 퍼포먼스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었다.


 개방된 소규모 공간에 헤드셋을 끼고 앉아, 흘러나오는 배경음악과 나레이션에 따라 팝업북을 읽어 나간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전개한다.

 읽다 보니 옆 사람, 그 옆 사람과 팝업북이 조금씩 달랐다. 왜 다른 것인지는 몬몬과 곰곰을 연기한 두 퍼포먼스를 통해 점차 알게 되었다.

 이 팝업북을 각각의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만 보는 형태였다면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룹별로 팝업북 전체를 모자이크처럼 하나로 모아서 마을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퍼포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 보였다. 2명의 퍼포머가 최소한의 소품으로, 그 자리에서 소품을 바꿔가며 여러 인물을 표현해야 하고, 표정, 작은 떨림까지도 가까이에서 보이기 때문에 조심스레 섬세하게 움직여야 한다. 오늘 쇼케이스에서는 단연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셨다.



 개방적인 공간에서 관객이 밀접하게 공연에 관여하는환경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정진웅 연출가는 컨트롤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오히려 산만하게 느껴질까 걱정되고,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나는 스토리, 퍼포먼스, 팝업북 디자인, 음악, 나레이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 구성 등 섬세하게 고민하고 작업했다는 게 느껴졌고, 또 오히려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 스토리가 더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깊이 와닿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는 일부 스토리가 들어간 감상평이므로,

<몬몬읽기> 공연을 보실 분은 넘겨주세요:)


 <몬몬읽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의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순간순간 눈시울과 콧잔등이 붉어졌다.

 내가 원하는 어떤 한순간을 영원히 마음속에 보관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몬몬의 사진앨범처럼 때때로 꺼내보기도 하고, 그 기억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힘든 순간을 견뎌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든 마을을 떠난 몬몬이 무언가를 기억하고,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사진 찍기. 앨범을 하나하나 열어볼 때 한 사람의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뭉클해졌다. ‘나에게도 저런 순간들이 오겠지?‘

 몬몬에게는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드는 게, 어쩌면 본인의 정체성이었는데, 이제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했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나도 이제는 조금은 어른이 된 것인지, 그 이유를 듣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된 생각이었으리라..’ 하며 수긍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안타까운 마음은 어느새 미래의 나에게까지 동화되어 마치 내가 몬몬이 된 것만 같았다. 사진을 찍지 않기로 결심하기까지 몬몬이 견뎌냈을 시간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된 화자는 몬몬이었지만, 곰곰, 폰폰의 마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모두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사랑, 그리움, 미움, 용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언젠간 나에게도 자녀가 생긴다면 그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


이러한 실험과 시도가 계속되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며, 예술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사회를 조금은 더 따스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라본다.



팔꿈치의 활동범위가 궁금하시다면?

@popuptheatre_elbowroom

https://linktr.ee/popuptheatre_elbow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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