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
Every time you state what you want or believe, you're the first to hear it.
It's a message to both you and others about what you think is possible.
Don't put a ceiling on yourself.
당신이 원하거나 믿는 것을 말할 때마다, 그 말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에 대한, 당신과 다른 사람 모두를 향한 메시지입니다.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마세요.
-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미국, 1954-), 방송인, 배우, 기업가
오프라 윈프리가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태어날 당시 겨우 19살의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오프라의 아버지에게 양육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가정부로 일하며 생계를 일구었습니다. 어머니가 딸을 돌볼 시간이 없어 어린 오프라는 농부였던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할머니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는 TV도 없고 인적도 매우 드문 한적한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이런 환경은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의 말재주를 자극했는데, 심심했던 꼬마 오프라 윈프리는 가축, 밭의 옥수수 인형, 까마귀 등을 인터뷰하고 놀았다고 합니다.
3살 때, 단상에 올라 마태복음 28장을 한 구절도 틀리지 않고 암송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어려서부터 뛰어난 언어능력을 보여줍니다. 이때 할머니는 오프라 윈프리가 성경을 사람들 앞에서 암송할 수 있도록 격려했는데, 그는 이 경험이 자신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9살 때부터 친척과 친지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 윈프리는 공부와 독서에 매진해 14살 때 부유한 명문사립학교인 니콜레 고등학교Niclet High school에 입학합니다.
기대감도 잠시, 학교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학교의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고, 부유한 백인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심한 열등감에 빠졌습니다. 한 번은 백인 친구 집에 놀러 가니 그 집에서 일하는 흑인 가정부가 동네 친구의 가족이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죠.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아로 전락합니다. 오프라 윈프리를 감당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그를 아버지에게 보냅니다. 얼마 뒤, 아버지는 오프라가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도왔으나 아이는 2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죄책감과 좌절감으로 마약까지 손을 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응원으로 인근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자신감을 찾습니다. 그는 이때를 회상하며 "아버지가 나를 구했다"고 말합니다. 우등생이 된 오프라는 고등학교 스피치 팀에 들어가 전국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여러 말하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이 경력을 바탕으로 19세 때부터 방송계에서 일하기 시작합니다.
여러 방송국과 뉴스를 거치며 경험을 쌓던 1977년, 오프라 윈프리는 당시 담당하던 볼티모어 WJZ-TV의 6시 뉴스 공동 앵커직에서 해임됩니다. 그가 뉴스에 감정을 실어서 전달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해임 과정에서 방송국에 심한 모욕을 당했고, 큰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적'이라는 해임 사유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안내합니다. 이듬해 그의 즉흥적인 감정 전달 능력을 눈여겨본 방송사 WJZ가 지역 토크쇼인 <People Are Talking>의 공동 진행자로 오프라 윈프리를 섭외합니다. 이때부터 그는 앵커가 아니라 인터뷰어로 활동하게 됩니다.
6년 뒤인 1984년 1월 2일, 오프라 윈프리는 <AM Chicago>의 진행자로 섭외되어 첫 방송을 시작합니다. 이 30분짜리 아침 토크쇼는 당시 시청률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토크쇼로 자리 잡습니다. 높아진 인기 덕에 토크쇼는 방송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나고 1986년 9월 8일부터는 전국 방송으로 송출됩니다. 이때 방송의 이름도 바뀌는데, 바뀐 이름이 바로 <오프라 윈프리 쇼The Oprah Winfrey Show>입니다.
2011년 5월 25일 종영될 때까지 <오프라 윈프리 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토크쇼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출연했습니다. 1988년 8월 타임지는 "백인 남성이 지배하는 방송계에서 흑인 여성인 오프라 윈프리가 이렇게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지만, 솔직한 호기심, 유머, 공감으로 이를 보완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게스트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 쉽고, 게스트는 사람들이 전혀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진실들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 토크쇼는 그룹치료 세션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오프라 윈프리는 다양한 자선사업과 교육사업에 힘쓰고,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Oprah Winfrey Network를 설립해 운영하는 기업가로 활동하며 현재까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서두에 소개한 문장을 통해 직접 전달하는 말은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마라'입니다. 앞선 다른 두 문장은 한계를 두지 말라는 문장의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한계를 두는 것'과 '자신이 자신의 말을 늘 듣고 있다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그리고 저 말에 오프라 윈프리의 삶은 어떻게 녹아 있을까요.
말하기에는 이성적 말하기와 감정적 말하기가 있습니다. 모두가 느끼다시피 우리는 이성적 말하기를 추구하고 감정적 말하기를 지양합니다. 이성적인 태도는 지적이며 어른스러운 태도지만, 감정적인 태도는 지극히 사적이고 미성숙하다고 믿기 때문이죠. 심지어 '비이성적'이라는 표현은 비하의 의미로 빈번하게 사용됩니다. 마치 오프라 윈프리가 1977년 앵커직에서 해임될 때처럼요.
하지만 이성적 말하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성적 말하기에는 자기 자신과 추상적인 기대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이성적 관점은 객관적인 것을 요구합니다. 객관적인 것은 당사자들의 밖에 있는 구체적인 것입니다. 모두가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을 기준 삼아 대화가 진행됩니다. 명백하여 다른 해석의 여지가 불필요한 요소일수록 이성적 말하기를 더욱 정확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런 말하기 현장에서는 당사자들도 객관화됩니다. 가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발화자에게서 객관적인 말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힘드니까요. 이런 이유로 자기自己가 사라지기 때문에 객관화된 당사자들은 이성적 말하기가 요구하는 사실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즉, 사실에 입각한 한계가 설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에 비해 감정적 말하기는 너무나 유동적이고 가변적이어서 불일치와 예측 불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이런 점이 감정적 말하기가 미성숙하다고 매도되는 주된 이유인데, 이런 말하기는 사실이 없으나 당사자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공유하는 대화에는 변화무쌍한 감정과 소통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패 가능성도 높지만 서로가 연결되어 변화를 자극할 내적 동기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자기 자신이 없으면 이야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내보이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과 삶의 이야기가 대화를 통해 겹쳐지는 현상을 경험합니다. 나아가 구체적이지는 않을 수 있지만, 각자의 추상성이 공감으로 공유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오프라 윈프리의 장점이었던 '감정적 말하기'는 그를 한계 짓지 않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가능성, 이에 따른 기대감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약 오프라 윈프리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이성적 사실(가난, 성폭행, 학대)에 있었다면 공부를 시작할 생각도 할 수 없었겠죠. 그리고 오프라가 이성적 사실에 집중한 말하기를 고집했다면, 좌절에 빠져 마약에 손을 댔던 그의 10대처럼 자신을 북돋기보다는 상황에 매몰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긍정적인 기대와 관심이 대상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와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낙인 효과, 부정적인 인식이 부정적인 행동을 야기한다는 것을 뜻하는 심리학 이론)가 자기 자신에게도 성립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던지듯, 자신에게도 메시지를 던진다는 사실을 이해했던 것이죠. 모든 발화는 내면과 외면, 양방향으로 송출되고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행하는 모든 말의 수신자가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던져 의미를 공유하듯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의미를 끊임없이 공유합니다. 그는 수 백 명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섭외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어 수억 명의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송출하면서 그 말이 변함없이 도달하는 유일한 수신지는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성공에 잡음이 있듯이, 오프라 윈프리가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릴 때, 그의 친척 중 한 명이 오프라 윈프리의 불우한 유년기를 폭로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폭로로 인해 오프라 윈프리의 말하기 방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드러납니다. 그는 폭로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성폭행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어린 시절을 낱낱이 밝힙니다. 그는 말하기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고,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대응은 성폭행 피해를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느꼈던 당시 분위기를 역전시켜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듭니다.
이런 긍정적인 영향력은 공개 석상에서 이루어지는 고백을 뜻하는 '오프라피케이션Oprahfication'과 감정을 나누는 것에 집중하며 말하는 '교감 대화Rapport Talk'라는 현상을 만듭니다. 공개적인 고백과 교감하며 말하는 것이 사회를 북돋고 깊이 치유한다는 것을 미국 방송계와 정치계가 공감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현상은, 오프라 윈프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장려합니다. 그가 어린 시절 옥수수 인형과 까마귀를 인터뷰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대화할 수 없는 대상과 대화하려는 시도는 자기 자신을 대상에게 투영시켜 자신과 나누는 대화로 발전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결국 자신과의 대화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웠을 것입니다.
감정적인 것이 미성숙하다고 여겨지는 이유와 더불어, 부정적 감정을 노출하는 것을 건강하지 못하다고 여겨 꺼려 하는 이유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감정을 말하는 것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자기감정이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만들어내어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일단 힘듦을 자극적으로 전시하는데 바쁘게 만듭니다(그리고 이는 흔히 '불행 배틀'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만들죠). 이런 상황이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적 고통을 대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고 쓸모없다고 느끼게 합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감정적 말하기는 이 문제에 좋은 해결책이 됩니다. 자기감정에 집중하여 존중받는 분위기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그 이야기는 공감과 지지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치유하며 듣는 이의 이야기를 독려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연결감을 느낀 사람들은 더 나은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며 활력과 자신감을 얻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을 한계 짓지 않게 됩니다. 자신이 믿는 가능성과 욕구를 공유하면서 대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그것을 공유할 테니까요. 자기감정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깊이 들어가는 대화는 한계를 극복하는 서로의 가능성과 역동성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의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객관화하여 스스로를 규정짓는 자기 평가는 잠시 내려놓고, 자기감정과 자기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감정이 묵인될까 두려워 그저 감정을 쏟아내기 급급한 말하기에서 벗어나, 먼저 자기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보며 스스로 대화한 후,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과 지지하는 분위기 안에서 감정을 나누는 경험을 쌓길 바랍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변화 가능성과 성장 욕구를 확인하는 계기를 만나기를 바랍니다.
본 연작은 출판사 '어반북스'의 《문장수집가》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 <LOVE MYSELF>에서 발췌한 29편의 문장을 기반으로 구성됩니다. 《문장수집가》의 <LOVE MTSELF>에는 '자기 사랑'에 대한 100여 편의 문장이 멋진 캘리그래피로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