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심장』 마르 베네가스(글) 하셀 카이아노(그림)
이 그림책은 제법 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인간의 말보다 바다의 말을 먼저 배운 나나는 낱말놀이를 좋아하고 “호두 속에 든 사랑은 얼마나 클까?”와 같은 엉뚱한 질문을 하는 소녀다. 늘 시에 대해서 생각하고, 제빵사의 아들 마르탱과 해변에서 즐거운 일상을 보내던 소녀는 어느 순간부터 자주 슬픔을 느낀다. 시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시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책 밖에도 시인이 살까?”
결국 나나는 시인을 찾으러 도시로 떠나기로 하고, 마르탱은 소녀에게 새 모양의 빵을 선물한다.
“이걸 먹으면 날개가 생길 거야. 그러면 빨리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마르탱, 제빵사 마르탱. 이 새는 우리의 심장이야”
미로 같은 도시에서, 실 오라기를 따라가던 나나는 실뭉치를 발견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낱말들이 생겨나 실이 되고, 실은 거리로 뻗어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는 이렇게 태어나는 거였어! 그렇다면 시의 마음은?”
나나의 탐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녀는 시의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하고, 도시에서 숲으로 떠난다. 그렇게 숲에서 만난 것들을 노트에 담는데, 갑자기 노트에서 무언가가 날아오른다. 마르탱의 선물했던 새 모양의 빵이다. 새의 심장. 소녀는 소년을 그리워하고, 어느 날 소년의 편지를 받게 된다. 둘은 편지를 주고받는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로 담는다.
나나는 시가 실뭉치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더는 시인을, 시인의 영혼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시는 빵에서 왔고, 바다에서 왔고, 사랑에서 왔고, 숲에서 왔다. 이는 달리 말하면 모두가, 그리고 무엇이든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나는 자신이, 또 마르탱이, 바다와 숲이 시인임을 명확히 감지하지 못하고 시인을 찾아 헤맸으나, 그토록 찾던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파랑새 이야기처럼.
나나는 이미 자신이 시인이었고, 아주 소중한 것, 새의 심장으로 상징되는 순수한 시인의 영혼을 마음에 품고 있었기에 그리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물론 찾아 헤매는 과정을 통해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을 알아볼 수 있었기에 그 여행은 필연적이었지만.
어쩌면 우리는, 나나처럼, 소중한 것을 이미 가까이에 두고서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정말 나에게 없는지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된다. 나는 사랑받기를 원한다. 안정감을 느끼기를 원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를 원한다. 풍요롭기를 원한다… 이것들이 정말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 이미 현실은 있는 그대로 완전한데, 내가 나의 현실을 깎아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분명 쉽지 않은 점도 있는데?
아마 나도 나나처럼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일 것이다. 나는 믿는다. 결국에는 나도 소중한 것을 알아볼 것이라고, 내가 원하는 것들의 본질이 어느 순간 나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라고, 지금은 그 과정에 있을 뿐이라고.
도덕경에서 이야기한다. 우리 자신이 온전함, 사랑 그 자체이니 사랑받기 위해 애쓸 필요 없다고. 많은 영적 지도자들 또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의심하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것이 몸으로 마음으로 경험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