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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ple May 16. 2023

4-2) 말로만 듣던 맨해튼 비치

인기가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2022년 10월 3일

우버에서 내리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눈이 부신 풍경이었다.

이런 곳이 있나 싶은, 쏟아지는 햇살이 만든 윤슬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바다에 부서지는 햇살을 보고 있으면 눈이 부시다. 감탄을 연발하기 위해 턱관절은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한 마디로 여유로웠다.

바다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느껴졌다.

따뜻한 모래, 시원한 바다, 차가운 물결, 조용한 주변(평일이었다), 여유로운 다른 사람들. 햇빛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같이 그 여유를 먹고 싶어졌다.


오늘 이곳에 갔다가 다시 사막투어를 하러 가야 하기에, 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맨해튼 비치' 어디선가 들어본 그 비치는 가보고 싶었다.

언니오빠의 설득과 또 혼자서는 엄두가 날 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곳에 같이 왔다.


가만히 우리는 모래에 앉아 지켜만 보아도 믿기지 않는 바다의 푸르름을 느낄 수 있었던 이 곳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뎁혀진 모래 위에서 그냥 앉아있기에는 몸이 좀 쑤셨다.

 '아, 나는 물에 들어가야겠다'라는 충동감에 마음이 쿵쿵거렸다. 수영복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에 어떡하지 망설이는 것이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일단 들어가자!'하고 옷을 벗었다. 해외에서 속옷으로 수영했다는 어떤 사람의 후기를 떠올리면서 용기를 냈다. '그래, 비키니나 속옷이나'라는 생각으로 물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렇지 않다!를 생각하며 무대포가 되었다.



이렇게 예쁜 곳이 있나, 한번 더 감탄한다. 이날따라 사진까지 잘 나와서 기분 좋음이 배가 됐다. 밝음이 피치된 부분부분의 햇살이 그 때 느꼈던 감탄을 대신해준다.



속옷을 입고 수양을 하는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바디프리를 더 느끼게 된다. 서양에선 자신이 배가 있던 없던 비키니를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햇살을 잘 받기 위한 하나의 의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것을 라스베가스에 있었을 때 느꼈다. 자신의 뱃살이 바지 밖으로 나와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크롭티를 입었던 분이 생각이 난다.

그 순간 1초 동안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예쁘시다'

'뱃살이 나와있는데 크롭티를 입으셨다'

'이렇게 미인이신데도 뱃살이 있으시다'

'언밸런스하게 느껴졌다'

'그 언밸런스함이 언밸런스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구나'

'내가 살과 아름다움을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구나'

'여기는 그렇지 않은 곳이구나'

'무의식적으로 계속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름 삶을 봐본다는 것은 이렇게 시야가 뜨일 수 있는 기회구나'


대충 이러한 생각 연대기였던 것 같다.



기분 좋게 맨해튼 비치의 바다를 즐긴다


어찌저찌 얘기가 길어졌는데, 어찌됐던 그렇게 한번 더 바디프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이곳에서는 살을 향한 혐오와 안녕을 할 수 있게 된 기회가 됐다. '원하는 만큼 멀리'라는 얘기가 아직 외모를 생각하는 스타트라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예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 지점까지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만약에 한국에서 외모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남녀불문 누군가가 있다면, 와서 보라고 하고 싶다. 다른 사람을 살때문에 비난하는 사람도 결국은 자신이 그런 강박이 있기 때문에 비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나는 결국, 자신에게 향한 칼이 다른사람에게 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사람들의 바디프리를 볼 수 있다. 그것은 아마 누군가에겐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선물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자신의 몸을 혐오한다면, 꼭 이곳에 와보기를 추천한다.

어디든 상관없을 것 같다. 그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보편적인 몸매를 가진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나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예 강박에서 벗어났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지만, 어느때처럼 좀 더 건강하게 스스로를 생각하는 건 더욱 발전시킬 의향이다.


속옷을 입고 바다에 들어간 것을 이러한 이념으로 합리화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옷을 벗어 던진 것은, 그만큼의 내적충동이 강해 일어난 행동이라면, 이 바디프리라는 마음은 앞으로 내가 가져갈 중요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속옷위로 올라온 출렁이는 뱃살을 보고 또 꼬집어도 보면서 말한다. '생각보다 귀엽네'

물에 있을 때 사진은 주로 같이 간 언니가 찍어줬다


한 바탕 수영을 한 후 개운하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후회했을 것 같다. 다행히 가방에 늘 넣고 다니는 동백손수건이 수건역할을 해줬다. 다음에 비치에 간다면 꼭 깔 것과 닦을 것을 챙겨가겠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뜨거운 햇살은 젖은 몸과 옷을 잘 말려주었다.



맨해튼은 정말 부자의 도시다. 아래 사진을 본 것과 같이 바다를 뷰로 해서 집들이 주루룩 펼쳐져 있다. 아마 한국돈으로 50억 정도는 넘지 않겠나, 우스겟 소리를 하며 우리는 카페로 왔다.


장인이 한다는 커피점인 것을 까먹고 평상시에 먹고 싶었던(길거리에서 숱하게 이것을 먹는 미국인을 보았다) 요거트를 집어 들었다. 비싸도 맛있는 견과류의 맛을 느끼며 사막투어 반나절 전, 하루 일과를 이곳으로 마무리 했다.






OOTD

처음 캘리포니아 핫걸로 입어보고 싶었던 날!


카메라를 메니 전투복 입은 것 같은 것 같아 웃겼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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